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이번 코로나 위기 얼마나 지속될까요?” “주식시장 지금이 바닥 아닌가요?” 필자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뀔 정도로 꽤 오랫동안 경제 전문가로 활동해왔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미국증시가 두 자릿수 넘게 급락하거나 일시 거래가 정지되는 일도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까지 투매하면서 오직 달러만 사재기하는 현상도 처음이다. 

이처럼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 기업과 기관들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일단 현금을 확보하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까지 달러 사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각각 26~27개국 중동과 아시아 지역 감염병이었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3일 현재 193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엔(UN)의 국제적 승인을 받은 국가 195개국 대부분이 감염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선 하루 만에 5000~6000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경이 폐쇄되면서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에 무너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우리 금융시장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기대했던 한국과 미국 간 600억 달러(약 77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하루 만에 빛이 바랬다. 통화스와프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국 원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한도 내에서 미국 달러를 필요할 때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달러 전용 비상금 통장과 비슷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9일(현지시간) 한국은행을 포함한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간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고 규모도 2배 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20일 코스피는 7% 넘게 급등했고 달러당 1300선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도 전날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1일 천하’였다. 코스피는 23일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해 1500선이 재차 무너졌고 원/달러환율도 달러당 20원 이상 급등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한데다 기대를 모았던 2조 달러(약 250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미국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외국인들은 15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내다팔았다.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400조원대 국내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원화표시 채권도 100조원 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월 말 기준 4091억 달러, 세계 9위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기준 보다 많다”는 입장이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권고기준인 6천억 달러에서 8천억 달러에 비해서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과거 경험상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국내주식과 채권을 내다팔고 달러를 빼간다면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만일에 대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높이거나 대상 국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5개 바스켓 통화, 달러 이외에도 유로화, 파운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과도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특별인출권(SDR)은 IMF 회원국이 국제수지 악화시 담보없이 필요한 만큼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통화인 만큼 달러에 준하는 기축통화인 셈이다.

우선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과의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연장하고 일본과는 새롭게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 달러에서 출발해 2011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하지만 2012년 독도 영유권 다툼 등 외교 문제로 인해 규모가 130억 달러로 줄기 시작해 2015년 2월 완전히 종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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