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트롯의 경제학… 추경 금리인하보다 트롯?
[경제칼럼] 트롯의 경제학… 추경 금리인하보다 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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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오늘 엔딩곡은 노사연의 ‘바램’과 고한우 ‘암연’입니다.” 필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PD의 선곡이었다. 마음이 통했다. PD도 미스터 트롯 임영웅씨 광팬이었다. 경제 관련 프로그램이지만 50분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편성 때문에 매일 한 곡 정도 노래를 튼다. 나는 트롯 열풍에 대한 다른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자료를 준비하던 중에 그를 알게 됐다. 

그는 아나운서 같은 정확한 발음에다 때론 말하듯이 툭툭 내뱉으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테크닉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정말 탁월했다. 그가 팀 리더로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 빠져 남 몰래 눈물 흘린 분들이 많은 이유다.

그가 노래하는 동영상 중에는 트로트뿐 아니라 발라드, 팝송, 영화 OST, 스페인과 중국 노래까지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었다. 동요를 불러도 임영웅이 부르면 명곡이 됐다. 그의 이런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반한 외국인들의 칭찬 댓글도 적지 않았다. 그가 부른 ‘암연’ 첫 소절만 들었는데도 눈물이 저절로 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출을 꺼리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사회적 우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마다 개학이 늦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삼시 세끼를 준비해야하는 어머니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자녀들은 스마트폰에만 빠져 방에서 좀처럼 나오질 않고 있다.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잠재운 것이 바로 미스터트롯 경연대회였다. 부모 세대는 임영웅을, 자녀 세대는 이찬원, 형·누나세대는 영탁 팬으로 가족 간에도 응원하는 가수는 달랐지만 모처럼 TV 앞에 함께 모여 응원전이 펼쳐졌다. 마치 내가 1등이라도 하는 것처럼 동화돼서 그렇게 석 달이 후딱 지나갔다. 

평소에 잘 듣지 않던 트로트란 장르를 더 깊게 알게 되고 개성이 뚜렷한 경연 참가자들의 인생사에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공감과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시기에 트로트는 우리국민들에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줬다. 코로나19는 16일 현재 전 세계 150여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과 한국이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럽과 미국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연방기준금리를 1%p 낮춰서 사실상 5년 전 제로금리로 회귀했다. 지난 3일에 이어 보름도 안돼 기준금리는 1.5%p 인하하는 등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7000억 달러(약 850조원) 유동성도 공급하기로 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호주, 캐나다, 등 20여개 국가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도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이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75%로 사상 처음 제로 금리시대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미국 경기마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글로벌 재난급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해 글로벌 공조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글로벌 공조를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또한 이번 위기가 감염병으로 출발해 실물경제가 먼저 타격을 받고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예전과 같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리 정부도 최악의 경우 ‘L자형’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대외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를 서두르고 내부적으로는 빠른 추경을 통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트로트가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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