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지진 등 자연재해에 가장 민감한 것은 개미, 뱀, 새 등 동물이라는 사실을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동물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미리 예측하고 위험한 장소에서 탈출해 안전한 장소로 떼 지어 이동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바로 주식, 금리, 환율 등 돈의 흐름이다. 특히 주식시장은 향후 6개월 이후 경기를 선 반영하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다. 중국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최장기 랠리를 지속해온 미국증시마저 급락세로 돌아섰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돈을 빼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미국 채권, 금 등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처럼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세계 증시가 최대 4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IT기업들의 실적부진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증시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 생산 차질과 중국내 PC 생산 차질로 윈도우10 매출 타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PC의 80%를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공장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업들까지 순차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글로벌 IT 산업 전체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산 부품 차질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공장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가 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LG전자 등은 사내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증시는 억울하다. 미국증시 주요지수가 10년 이상 최장기 랠리를 이어가면서 3~4배 이상 오른 반면에 같은 기간 국내증시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합성어) 즉 일정한 폭 안에서만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패턴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IT주를 제외하고 10년 전에 국내주식에 투자했다면 지금 별 재미를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통상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본격적인 침체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본다. 미국증시 주요지수와 국내증시가 최근 일제히 고점대비 10% 넘게 급락한 상황에서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침체장에 빠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진입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만 변수는 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른 시일 내로 잡히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질 않는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공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러시아 등 20여개 신흥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을 미국 경제와 증시 호황에 두고 있는 만큼 적어도 선거가 있는 연말까지는 각종 부양책으로 증시를 떠받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증시 격언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다. 유동성 버블은 타이밍 문제일뿐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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