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고유정 “여론으로 죽이려 한다”

피해자변호인 “반성 없어 무서워”

의붓아들 사건 병합 결정 미뤄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살인·시체손괴·은닉)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의 결심공판이 연기됐다. 고유정 측이 준비가 덜 됐다며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고유정 측은 검찰의 신문에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수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고씨에 대한 7차 공판을 열었다.

애초 이번 재판은 검찰이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재판부에 요청하는 결심 공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유정 변호인 측이 의붓아들 사건 등을 검토하다보디 최종진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결심 연기를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결심공판은 다음 달 2일로 미뤄졌다. 대신 검찰의 피고인 신문만 열렸다.

검찰 측의 신문이 시작되자 고유정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검찰이 사건 당시 피해자와의 몸싸움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고유정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그 사람이 끝까지 남았고 성적 접촉을 해와 미친X처럼 저항하는 과정에서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를 한 차례 찔렀고, 목이랑 어깨 사이를 있는 힘껏 찌른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후 전 남편이 칼을 들고 아들이 있는 방으로 가려고 해 막아서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흉기를 휘두른 과정을 말해달라는 검사에 고유정은 “검사님이 무서워서 진술을 못하겠다”며 “어떻게든 저를 여론몰이하고 불쌍한 내 새끼가 있는 공간에서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여론으로 저를 죽이려 한다”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재판이 10분간 휴정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휴정하면서 “피고인이 말씀드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겠다.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촉박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고유정을 안심시켰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시신을 훼손한 이유도 질문했다. 이 질문에 고유정은 “복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얼굴 가리고 2차 공판 출석하는 고유정【제주=뉴시스】‘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얼굴 가리고 2차 공판 출석하는 고유정【제주=뉴시스】‘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최근 기소한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 사건을 전 남편 살인 사건 재판에 병합할 지 여부를 이날 결정하기로 했으나 실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인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쟁점과 증거조사에 소요되는 시간, 병합심리로 인해 선고가 늦어져 유족들이 받게 될 피해 등을 모두 고려한 뒤 최종 판단하겠다”고 결정을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의붓아들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이 끝난 뒤 고유정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은 전 남편 살해사건의 경우 전 남편에 대한 분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도 앞서 발생한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경우 현 남편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검찰 측이 두 사건을 계획범죄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해자 측 강문혁 변호사는 “고유정이 너무나 능숙하게 답변을 하면서도 유족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고 범행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 점을 보며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결심공판이 미뤄진 데 대해서도 “이같이 무리하게 형사소송 절차 진행을 늦추면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3월 2일 의붓아들 A군이 잠든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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