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한일관계가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제치하 위안부와 강제징용문제의 역사갈등이 양국의 수출규제라는 경제갈등으로 전이되더니, 이제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안보갈등으로 확대돼 급기야는 한미일동맹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한일관계가 엄혹한 상황에서 갈등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한일우호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대안이 절실한 때이다. 적대적 관계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말 풀려고 해도 풀 수 없는 불신의 고착단계에 이르러 양국관계는 물론이고 지역안보와 평화, 그리고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부 간 대화의 통로가 막혀 외교적 해결이 어렵다면 민간외교를 통한 미래지향적 해결방법을 찾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한일 간 분쟁에 대해 한국은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발전적으로는 양국 간 산업의 협업 및 분업체제를 복원해 상생하는 것이 글로벌 경제구조에 맞는 방식이다. 양국은 그동안 국제분업체계에서 서로 이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양국 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한일 간의 역사적 굴레에서 자유로운 청년세대의 교류를 확장하고, 한일 간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는 동북아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EU회사법과 같은 형태의 기업통합입법을 통한 역내에서의 자유로운 기업설립과 활동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노동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제연합을 형성하여 동반성장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양국의 입법에 관한 공동연구 또한 각종 분쟁의 예방적 기능을 할 수 있으므로, 국제법적 영역(국제인권법, 국제협약 등)은 물론이고 양국의 실정법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현안에 대한 상호이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한일 간의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협일(協日)이다. 일본을 더 이상 배제하거나 제외해서는 안 된다. 항일, 반일, 극일은 일본에게 혐한을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반일, 극일은 결국 우리는 이기고 일본은 지는 구도이다. 이것은 진정한 파트너십이 아니다. 이제는 같이 이기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역사성에 기인한 감정정보는 서로 인정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과거 역사에 머물거나 집착하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과거에 집착하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그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의 손실이다. 따라서 역사성에 기인한 것은 서로 인정하되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포용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을 협업, 협조에 의한 상생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110년 전 안중근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은 한중일 3국이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고 동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맹을 약속하고, 화폐를 통일하고 연합의 군대를 통해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 동북아공동체로서 국가번영과 평화를 누리자는 것이다.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계승해 오늘을 사는 우리가 완성해야 된다. 그는 그토록 미워했던 일본도 동양평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대상으로 본 것이다.

21세기 동양평화론을 구현할 수 있는 역내국가 간의 신뢰구축을 위해,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한일 양국은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만나야 한다. 양국 간의 신뢰구축과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서로가 자존심을 챙기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상생구조를 만들기 위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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