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9.26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9.26

칠레 대규모 반정부 시위

美·中과 논의할 현안 산적

‘방위비·北비핵화’ 등 현안

한일 정상 만남 기회 불발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칠레가 11월 중순 이후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현안을 논의하려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칠레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 탓에 APEC 회의 자체를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 기회도 사라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31일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된 것에 대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13일 멕시코를 방문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16~17일 APEC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APEC이 취소되면서 멕시코 방문도 취소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또한 APEC에서 주요 4대 강국들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북미실무협상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도 필요하다. 북한이 금강산 남측시설 철수 등을 요구하며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APEC을 계기로 이러한 정상회담을 가지려고 했던 청와대와 외교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중 양국 정상이 만나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기로 한 무역 협상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중국은 칠레를 대신해 마카오를 무역협상 장소로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PEC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만남 기회도 사라졌다. APEC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도 사라졌다. 최근 한일 정상은 문 대통령의 모친상과 일본의 태풍 하기비스 피해 등을 계기로 외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관계 개선 조짐을 보였다.

칠레, 내부 혼란으로 APEC 등 개최 취소【산티아고=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반정부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날 시위로 인한 내부 혼란으로 11월 APEC과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칠레, 내부 혼란으로 APEC 등 개최 취소【산티아고=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반정부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날 시위로 인한 내부 혼란으로 11월 APEC과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APEC이 취소되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는 11월 3~5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회의와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등 두 차례가 남았다.

특히 아세안+3회의는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기한 만료를 앞두고 양 정상이 대면할 수 있는 마지막 다자회의다. 양 정상은 이러한 대면 기회는 있지만 한일관계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우호적 기류가 있었지만 한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로 31회째를 맞이한 APEC은 11월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개막을 앞두고 칠레가 이를 포기했다. 빈부 격차가 큰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번지면서 대규모 시위기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PEC은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 간 각료회의로 출범해 현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21개국이 참가하는 국가 간 협력체다. 매년 회의를 열어 무역과 경제, 기술 분야 등의 현안을 논의하며 경제 현안 등을 협의한다. APEC 산하에는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고위관리회의(SOM) 등이 있어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실행방안을 협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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