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외교당국 대화 공식화”
아베 “한일관계 중요…방치 안 돼”
징용판결 후 1년만 최고위 대화
외교적 소통 공감…文친서 전달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한 후 “이제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진 외교당국 간 비공개 대화가 이제 공식화됐다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날 양측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본기업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최고위급 대화를 가졌다. 면담은 이날 오전 11시 10분경 시작해 11시 30분까지 21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정됐던 10여분에서 2배 이상 대화가 이뤄졌다.
이날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 올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와 ‘레이와(令和·나루히토 일왕 연호)’ 시대의 개막에 대한 축하 인사말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1페이지 분량의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는 취지의 문구와 ‘양국 현안에 대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나가자’는 취지의 문구가 담겼다고 함께 동행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밝혔다.
이 총리는 회담을 마친 후 “(양국 대화를) 이제부터는 속도를 좀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한일관계의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키자”고 말했다.
양국 총리는 한일관계를 지금의 어려운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는 “한일은 중요한 이웃나라로서 양국 관계가 중요하지만 현재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는 일본의 기존 입장을 재차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소통을 계속하자”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취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올 11월까지만 운용한 뒤 재연장 없이 종료하기로 결정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일과 한미일 연대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그는 “이럴 때일수록 국회의원이나 국민 간 교류, 특히 청소년 교류와 지역 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일본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위로의 뜻을 전했고, 아베 총리는 태풍 피해 관련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위로 메시지에 감사 인사를 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전했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 선포식 행사 때부터 일본을 방문 중이며 이날 오후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