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스웨덴의 노벨위원회는 올해로 119회를 맞이하는 노벨상 수상자 결정을 앞두고 10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그리고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선정되는 노벨상 수상자 대상에 우리나라 과학자도 후보로 오르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이루어진 118회 노벨상 수여 내역을 살펴본다.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은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Arthur Ashkin) 박사와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의 제라르 무루(Gérard Mourou) 박사 그리고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릭랜드(Donna Strickland)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이들은 레이저광을 이용해 아주 작은 입자 포획하는 광학집게 기술과 처프 펄스 증폭(CPA) 기술을 고안해 의학‧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도정밀기기 개발에 기여하며,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도 큰 변혁을 이룬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였다. 지난해의 물리학상에서 특이한 일은 스트릭랜드 교수가 마리 퀴리(1903년)와 마리아 괴페르트 메이어(1963년)에 이어 55년 만에 세 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애슈킨 박사는 96세로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 기록을 세운 것이었다.  

노벨 화학상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프란시스 아놀드(Frances Arnold) 교수, 미국 미주리대의 조지 스미스(George E. Smith) 명예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그레고리 윈터(Gregory P. Winter)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진화를 기반으로 한 유전적 변화와 선택의 원칙을 단백질 개발에 이용함으로써 인류에게 유익한 바이오연료와 의약품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놀드 교수는 마리 퀴리(1911년), 아다 요나트(2009년)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국 텍사스대 암센터의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교수와 일본 교토대의 혼조 다스쿠(Tasuku Honjo)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면역세포를 도와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원리를 발견해 인류의 적인 암과의 싸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일본은 2016년에 자가포식(自家捕食)으로 불리는 오토파지(Autophagy) 현상을 규명한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수상자를 낸 쾌거를 이루었다.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예일대의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D. Nordhaus) 교수와 미국 미주리대의 폴 로머(Paul M. Romer) 명예교수가 수여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라고 지적하며, 두 거시경제학자의 연구가 각각 기후변화와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장기적 경제성장과 인류 복지향상이라는 공통의 과업 달성에 크게 기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 평화상은 콩고민주공화국 의사인 드니 무퀘게(Denis Mukwege)와 이라크 야지디족 인권운동가인 26세 나이의 나디아 무라드(Nadia Murad)에게 수여되었는데,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전쟁과 무력 분쟁에서의 성폭력 사용을 종식하는데 목숨을 걸고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8년의 노벨문학상은 수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웨덴의 한림원은 2017년에 여성 18명이 한림원 종신위원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미투(MeToo) 파문에 휩싸인 것에 대해 일반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2019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웃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949년에 유카와 히데기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5명으로 수상자가 23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했을 뿐 아직까지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상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자신에게 던진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물음은 노벨에게 지나온 삶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자신이 진정으로 기억되고 싶은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남다른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 풍토 조성을 통해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마음가짐으로 노벨 과학상 수상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