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바로 매일 24시간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흐르는 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을 따라 죽음으로 다가가는 ‘연(緣)의 섭리’인 삶과 죽음은 태고시대부터 인류의 주요 관심 대상이 돼왔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주 접하는 ‘삶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는 질문은 그 자체가 ‘무(無)의 질문’일 수 있다. 무의 질문이란 가정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을 의미한다. 그 실례로 ‘원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삶과 죽음 사이의 확실한 경계는 무엇일까?’ 등을 들 수 있다.

8.15 해방과 6.25 한국전쟁의 중간에 태어나 40년 넘게 생명과학 분야에 몸을 담고 생활해오며,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세상살이에 비추어 조명해보고자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과목의 강의를 한 추억이 떠오른다. 강의 개설 목적은 젊은 세대들에게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장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강의는 자신의 삶을 진정한 마음으로 생각해보는 ‘삶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며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운명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막연하게 사는 삶’이다. 이는 자신의 탄생과 삶의 여정에 간직돼 있는 의미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막연하게 죽음으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감이 부족해 삶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닥치는 어려운 일들에 대해 쉽게 체념하며, 삶의 길목에서 힘든 일들 겪게 되면 많은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삶’을 들 수 있다. 이 유형의 사람은 삶의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자신의 삶과 운명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부딪혀 오는 현실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며 변화시키려 노력하며 생활한다. 자신이 이 세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돌아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자신의 ‘생로병사’를 조명해보면 어떨까.  

생명공학(BT)의 시대로 열리고 있는 21세기를 맞이하며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우리 일상에 참살이인 ‘웰빙(Well-being)’, 아름답게 늙어가는 ‘웰 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사람답게 삶을 마감하는 ‘웰 다잉(Well-dying)’이란 말들이 풍미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7년 기대수명에서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82.7세(여자 85.7세, 남자 79.7세)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있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른 많은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생명공학, 인간 게놈프로젝트, 복제동물의 탄생, 유전자 치료, 장기이식, 유전자변환생물(GMO), 줄기세포(Stem Cell) 등의 말들이 우리 곁에 낯설지 않게 다가와 있다. 경제 사정과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서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과 장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질병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과 함께 장수를 소망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부응해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짚어보며,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명과학에 관련된 화두 중 하나인 바이오토피아(Biotophia)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어두인 ‘bio’와 지상낙원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에서 ‘topia’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생명공학기술에 의해 열릴 수 있는 풍요롭고 행복이 넘치는 미래 사회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이 쾌적한 환경에서 평등을 누리며 사는 바이오토피아 세상이 열릴 수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예’라고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바이오토피아가 부가가치에만 초점을 맞추어 논의된다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이미 지나간 시절은 아무리 아름답거나 실망스럽다고 해도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삶을 밝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에 대하여 집착하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며, 셋째 희망이 있는 삶을 제안한 바 있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삶이 이 행복 조건들을 간직한 ‘진정한 삶’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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