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올해 제119회째로 맞이하는 노벨상의 수상자 선정이 10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그리고 14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마감됐다. 

시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을 기념해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며, 평화상의 시상식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개최된다. 시상 시 수상자는 수상자의 모국어로 소개되고 추천사는 스웨덴어로 진행되며, 스웨덴 국왕이 시상한다. 수상자는 수상 후 6개월 이내에 수상 업적에 관한 강연을 할 의무가 있으며, 강연 내용의 저작권은 노벨재단에 귀속된다. 

지난 7일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케일린(62세)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학스쿨의 서멘자(63세) 교수 및 영국 옥스퍼드대 프란시스 클락연구소의 랫클리프(65세) 박사이다. 이들은 인체 내 세포의 산소 농도 적응과정을 밝혀내 빈혈이나 암 등 혈중 산소 농도와 관련된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수상했고,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63.3세이다.  

8일 발표된 물리학상 수상자로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피블스(84세) 명예교수, 스위스 제네바대의 마요르(77세) 명예교수와 쿠엘로(53세)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들은 우주 진화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이론적인 해명과 함께 외계 행성을 발견한 업적으로 수상했는데, 수상자들의 나이 평균은 71.3세이다. 

9일 발표된 화학상은 미국 텍사스대의  굿이너프(97세)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의 빙엄턴캠퍼스의 위팅엄(78세) 교수, 일본 메이조대학 아키라(71세) 교수가 리튬 이온 배터리 발명 및 개발 공로로 선정됐으며,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무려 82.0세의 고령에 이르고 있다. 97세로 수상한 굿이너프 교수는 2018년 96세 최고령으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벨연구소의 애슈킨 박사의 나이를 1살 넘어 다시 최고령을 갱신했다. 아키라 교수는 일본인으로 24번째 과학상 수상자이다.  

10일 발표된 문학상 수상자로는 지난해에 심사위원이 미투(#MeToo) 논란에 연루돼 선정하지 못했던 2018년 수상자로 폴란드의 작가 토카르추크(57세)가 선정됐고, 2019년도 수상자로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한트케(77세)가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토카르추크의 수상 업적은 경계선을 넘어섬을 삶의 한 형태로 충만한 열정으로 그려낸 서사적 상상력 그리고 한트케의 업적은 인간 경험의 지엽성과 특수성을 언어적 재능으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성으로 제시했다.

11일에 발표된 평화상 수상자로는 아비 아머드 알리(43세) 에티오피아 총리가 선정됐다. 노벨위원회는 1998년부터 20년간 지속되던 에티오피아와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의 국경 분쟁을 종식시킨 아비 총리의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4일에 발표된 경제학상 수상자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바네르지(58세) 교수와 뒤플로(47세) 교수 그리고 미국 하버드대의 크레이머(55세) 교수가 선정됐다. 이들은 개발경제학에 변화를 통한 사회적 실험을 적용해서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론을 유도해 세계 빈곤 퇴치에 크게 기여한 업적으로 선정됐다. 수상자 중 바네르지와 부부 사이인 뒤플로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의 50년 역사에서 2009년 첫 여성 수상자인 오스트롬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이며, 역대 경제학상 최연소 수상자이다. 

작년 물리학상 수상자에 이어 올해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949년에 유카와 히데기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으로 모두 24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여했을 뿐 아직까지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 되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과학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냄비 근성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높아졌던 자성 목소리가 낮아지며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상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학입국’이 제대로 이루어져 노벨 과학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 정계, 관계, 언론계, 학계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에게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고 일류 기술자가 되고자 하는 미래의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교육 터전을 마련해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꿈과 희망을 이루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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