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우리가 평소 단순하게 생각하며 지나치고 있는 ‘생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생명에 담긴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생명을 의미하는 ‘Life’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첫째, 생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개념인 ‘생명’ 또는 ‘생존’이라는 의미가 있다. 둘째, 한 개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생애’ 또는 ‘수명’이란 의미가 있다. 셋째, 살아있는 실체의 의미를 지닌 ‘생물(生物)’은 생명을 지닌 개체를 나타내는 말이다. 넷째, 생존해 활동하는 ‘살림살이’나 ‘생활’이란 의미도 있다. 다섯째, 이 세상을 나타내는 이승, 세상살이, 인간사에서 ‘세상살이’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여섯째로 ‘전기’ 또는 ‘일대기’라는 살아온 이야기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렇게 생명에 다양하게 담겨진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삶은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어떤 목표가 아니라 생명 자체에 간직되어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존재가 바로 삶이다. 그래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생명에 담긴 삶은 여러 관점으로 조명해 볼 수 있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 다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 삶에서 물질적 또는 정서적 가치보다 건강이 가장 우위에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경제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상을 살아가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것은 단순한 욕구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재적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삶이 개인이나 집단이 추구해온 물질적 가치와 비물질적 가치의 총화라고 정의한다면, 삶의 질은 개인이 향유하고자 하는 경제적, 물질적 가치나 생활 여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인 만족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생활에 대한 만족도에는 개인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삶의 기본적인 목적, 사회 환경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반응,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기능에 대한 적응, 정신적 안정성, 자기 존중, 행복감과 긍정적 사고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활의 만족도는 개인의 욕구와 그에 대한 충족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종교가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들은 자의적으로 야망을 품고 타인 앞에 나서서 이름을 남기고자 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삶의 목표가 뚜렷하면 열정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 열정이 바로 바른 삶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삶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돋보기로 종이를 태울 수 있는 이치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삶과 죽음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의학적 관점에서의 죽음은 신체적인 죽음을 의미하며, 신체적인 죽음은 다시 임상적 죽음과 생물학적 죽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물학적 죽음은 개인의 의지에 의해 생명이 존속되지 못하고, 이미 그 생명이 유지될 수 없는 인간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인간의 삶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특정 원동력에 의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미련을 갖고 후회하고 분노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의 생활 속에서 교훈을 얻으려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자아 가치가 소유 가치를 넘어설 때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막연하고 공허한 삶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태어나 성장하며 하루에 24시간씩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생명에 간직돼 있는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분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생명’에 담긴 ‘삶’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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