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4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방송을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캡처) 2019.9.24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4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방송을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캡처) 2019.9.24

유 이사장 발언에 검찰 “디지털 증거 조작 어려워” 반박

포렌식전문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시 ‘해시값’ 생성”

데이터 조금만 달라도 해시값 바뀌어 조작 금방 발각

일반 증거에선 최근까지 조작 증거 활용 사례 있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 하드디스크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장난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은 즉각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현직 부장판사 등 곳곳에서 유 이사장이 경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유 이사장의 주장은 사실일까?

27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2’에서 정 교수에게 제기된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증거물에) 장난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정 교수가) 동양대와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며 “그래야 나중에 검찰이 엉뚱한 것을 하면 증명할 수 있다. 당연히 복제를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말 검찰은 정 교수가 자신의 재산관리와 투자를 도운 한국투자증권 PB 김모씨에게 부탁해 자신이 재직 중인 동양대 연구실에서 컴퓨터 등 자료를 빼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정 교수는 증거인멸 시도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그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 등의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이사장이 정 교수가 방어권 차원에서 PC 하드디스크 반출 등을 시도했다고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검찰은 25일 “압수수색을 하며 디지털 정보의 무결성 유지를 위해 포렌식 전문가들이 절차에 따라 전자적 ‘이미징’ 방법으로 컴퓨터 등 저장매체에 저장된 정보를 복제한다”며 “이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디지털 증거확보 방법이고 전자정보 접근변경 기록은 모두 보존되므로 조작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26

◆“‘디지털 증거의 지문’ 해시값 있어 조작 거의 불가능”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디지털포렌식·압수수색 절차를 몰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보통 압수수색하면 무조건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간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라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할 경우 해당 디스크를 복사하면서 관련 ‘해시값’을 생성한다. 해시값이란 파일이 만들어진 시점이나 용량 등 고유의 값을 수치화 한 것으로 원본과 복사한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쓰인다. 그 특성상 조금이라도 데이터가 수정될 경우 해시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 증거의 지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교수는 “(압수수색팀은 압수수색 대상자 변호인 등) 참관인이 있는 상태에서 해시값을 얻어내고, 이를 보여준 뒤 사인을 받는다. 이 일련의 과정을 촬영도 한다”며 “그 뒤에 증거물을 검찰로 옮겨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법원에 최종 제출한 증거와 원본의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해시값이 불일치하면 이러한 수정과정이 발각되도록 기술적 장치도 돼 있고, 무엇보다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데이터를 수정을 시도한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 자체가 ‘벼락 맞을 확률’일 만큼 낮다고 덧붙였다. 동작 시간조차 기록되는 시스템 아래서 시간을 거슬러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할 경우 데이터가 다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 수집 및 분석규정’ 교육자료. (제공: 김승주 교수 페이스북)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 수집 및 분석규정’ 교육자료. (제공: 김승주 교수 페이스북)

앞서 대법원도 지난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의 해시값과 원본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미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이미징은 ‘카피’와는 다르다. 카피는 지운 파일을 복사할 순 없지만 이미징은 원본 그대로 똑같이 나온다. DNA 복제랑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복제할 경우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일부 데이터를 특정해서 복원 가능하는데 이를 ‘데이터카빙’이라고 한다”며 “최근엔 별건수사 문제 때문에 하드디스크 전체 압수를 지양하고 데이터를 특정해 압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 초창기엔 (증거가 왜곡될)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포렌식 기술이 안착돼서 그럴 염려가 없다. 법원도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며 “유 이사장의 염려는 기우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 수집 및 분석규정’ 교육자료. (제공: 김승주 교수 페이스북)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대검찰청 디지털 증거 수집 및 분석규정’ 교육자료. (제공: 김승주 교수 페이스북)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 일반 증거 조작 사례는 최근까지 존재

디지털 증거에 대한 조작이 어렵다는 것은 확인됐으나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활용한 경우는 하나도 없을까? 이를 보여줄 대표적인 사건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다.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39, 남)씨는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인 유가려(여)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올해 2월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영사확인서)가 조작된 것을 알면서도 담당 검사가 해당 문건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발표했다.

디지털 증거는 아니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조작된 증거가 재판에 사용된 경우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변호인단이 주최한 국가정보원의 검찰 수사 방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가 기자회견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시공무원(유우성 씨) 간첩조작사건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4년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2017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변호인단이 주최한 국가정보원의 검찰 수사 방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가 기자회견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시공무원(유우성 씨) 간첩조작사건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4년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사실 사건에 대한 수사 당시 국정원이 위장사무실과 허위공문서 등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인멸 및 공범을 은닉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이와 관련해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들고 간 경우 (검찰이 돌려주기 전까진) 피의자가 확인을 못하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뭐가 발견됐다며 언론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유 이사장도 그런 방어권 보장 차원의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견해를 전했다.

실제 증거의 조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검찰의 일방적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선 일종의 방어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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