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내심 중국을 웃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17일 중국 화학업체 빈화그룹이 한국 반도체 관련 기업에 불화소스를 공급하기 위해 테스트를 한국쪽으로부터 의뢰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에 기회가 왔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중국의 분위기이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48%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국가이지만 금번 일본의 일방적 조치를 크게 비판하는 것 보다 다소 반도체 시장이 우려는 되지만 더 큰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일본은 트럼프가 중국에 행하는 일방적 조치와 같이 “상대를 옭아매는 미국병에 걸렸다”라고 비판도 한다. 그러나 남 싸움에 기회를 포착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태세이다.

정경분리와 자유무역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일본의 처사는 세계의 반도체 사슬을 끊어버리는 우매한 행동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왜냐하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주요소재를 수입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63.7% 점유하고 있다. D램은 72.3%이고 낸드는 49.5%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중일 3국간 산업구조가 체인과 같이 사슬로 얽혀 있어 만약 일본의 행동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면 피해가 고스란히 3국에도 가고 국제시장에도 가는 구조이다. 

어떻게 보면 자해행위가 맞는데 알면서도 일본이 실행에 옮긴다는 사실이다. 중국도 한일간 민족적 감정이 만만치 않아 트럼프가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어부지리(漁父之利)를 할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누려보겠다는 심산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부지리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도 반도체소재 기술제고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차이가 난다. 한국은 10나노가 공정제품의 주력이다. 중국은 잘 평가해야 20-30나노 대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겨우 생산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 쪽에서 일본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가 중국이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저급 반도체 소재를 공급해온 중국이 제품의 질을 반드시 제고 시켜서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갖추는 호기로 삼겠다는 결기들을 보이고 있다. 

완제품 생산은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한국과 3~4년 정도 격차가 벌어지겠지만 일본이 독점해온 소재 부품 쪽에 방향을 잡아 또 다른 형태의 반도체 소재의 무기화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화학제품의 기초과학분야는 중국이 결코 뒤쳐지지 않기에 금번 한국에서 의뢰받은 불화소스 정제와 고품질생산에 연구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해 일본수준까지 도달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펼치는 것을 보면 향후 행보를 추론 할 수 있다. 

중국은 후 공정은 이미 상당 수준 올라왔다. 패키징 테스트 등 반도체 후 공정은 무리 없지만, 전 공정에서 정밀공정 경쟁력이 아직은 문제이다. 

여기에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화웨이 등 타격을 입고 있고,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영국의 ARM 반도체칩 설계의1인자 기업이 지적재산권을 꽉 쥐고 있다. 낸드와 D램 등 완제품은 조금 어렵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의 경쟁력제고가 가능한 소재 부품 쪽에 눈을 돌려 새로운 기회를 틀어쥐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 중국의 또 다른 형태의 틈새전략임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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