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지소미아(GSOMIA) 때문에 나라가 큰일 난 것처럼 법석이다. 그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러는가 하고 물어보는 지인도 많다. 

지소미아도 궁극적으로 중국과 북한 나아가 러시아까지 유리시켜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국 주권을 36년간 뺏어간 일본과 2016년 체결한 유일한 군사협정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반대를 무릅쓰고 북·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하고 상대국 요청 시 유관 정보를 제공한다고 체결했다.

한국은 북한의 접경지역에 요원들을 파견해 파악한 인적 정보와 북한의 사회동향 병력 이동 등 내부 첩보를 분석해 일본이 요구 시 전달해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정찰 위성 5기와 해상 초계기 110여대 이지스함 6척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한국 요청 시 정보를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상호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협정이다. 그리고 2017년 북한이 빈번하게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주고받는 정보가 많기도 했다. 

2018년에는 북한과 미국 한국 등 3자가 고위급대화가 빈번했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여 북한도 미사일 발사가 없어 거의 교환 정보는 없었다. 이를 반증하듯 북한의 도발행위의 정도에 기인한 정보교환이 현재까지는 많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데 지소미아체결에 숨은 연출 감독이 있었으니 예상하시겠지만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의 역사적 반일 감정을 알면서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결해야만 하는 협정이라고 강변하면서 반 강제적으로 체결을 강요한 막후 실력자였던 것이다. 미국의 속내는 단순히 북한의 도발만을 상정 한 것이 아니다. 장차 세계의 경쟁자가 확실한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삼각체제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군사적 연결고리를 확고히 하는 제도적 장치의 초석을 다지는 도구로 활용함이 주목적 이었다.

김대중 정부시절 끊임없이 요구한 미사일 방어체제에(MD) 한국의 불참이 미국에게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전략적 실수 이다. 같은 자유주의 이념을 공유한 3국간 어떻게든 군사적 단일체를 만들고, 호주 필리핀 동남아시아까지 확장해, 유럽의 나토와 유사한 안보체제를 만들어, 중국 러시아 북한을 포위하는 대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출발점이 지소미아였고 일견 성공의 모습을 띠고 작동했다고 확신했는데 한국이 종료를 선언하니 실망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협정임을 인정한다면 미국도 한일 갈등에서 한국의 불가피한 입장을 이해하고 한국의 요청을 들었을 때 막후에서 잘하는 그 기술을 발휘해 한일을 중재함이 마땅했다. 아베에게는 한마디도 안하고 한국에 실망했다고 하면서 이제 서서히 나서는 때늦은 게으른 호랑이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니 너무나 아쉽다.

한국정부는 부단히 미국이 나서고 일본과 대화하길 원했다. 한일 협정을 맺었지만 개인청구권은 21세기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살아있다. 양국간 교류와 경제협력정도를 봐서도 원만히 해결하고자 함이 이 순간에도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국가와 군사협정을 유지하자는 자가당착에 빠진 주장을 한다. 미국도 이제는 균형적 자세로, 일본도 조속히 정상적 국가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