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갑질 감수성 평균 68.4점… 공감능력↓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갑질’에 대한 직장인 감수성이 하위 등급인 ‘D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거나 본인이 하고 있는데도 잘못된 것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해 8일 발표한 ‘2019년 직장갑질 감수성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갑질 감수성은 평균 68.4점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 실태와 직장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것으로 총 30개 문항에 관해 묻고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1∼5점으로 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몸이 아프면 병가나 연차를 쓰는 게 당연하다’는 질문에 ‘매우 동의’일 경우 5점을, ‘전혀 동의하지 않음’일 경우 1점을 주는 방식이다.
조사결과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목에는 감수성 점수가 43.7점이었다. 이는 많은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항목에는 ▲일을 못 하는 직원이라도 권고사직을 하면 안 된다 ▲맡겨진 일을 다 못 해도 반드시 시간 외 근무를 할 필요는 없다 ▲회사 대표나 상사가 시킨 일은 불합리하게 느껴지면 하지 않아야 한다 ▲채용공고라도 어느 정도 과장하면 안 된다 등이 속했다.
이와 달리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질문에는 84.6점으로 감수성 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점수가 높았던 항목은 ▲상사가 화가 났어도 심한 언사(욕)를 하면 안 된다 ▲아주 가끔이라도 모욕적인 업무지시는 불필요하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으면 처벌이 필요하다 ▲몸이 아프면 병가나 연차를 쓰는 게 당연하다 등이 해당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70.99점으로 남성(66.41점)보다 감수성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69.3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68.94점), 40대(68.37점), 50∼55세(66.25점)로 갈수록 점수가 낮아졌다.
직급별로는 일반 사원급(69.66점)이 상위관리자급(63.73점)보다 높았고, 상용직(67.56점)보다는 비상용직(69.61점)의 점수가 높았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대응으로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응답은 65%로 가장 많았으며,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6.6%에 불과했다.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6.4%로 나타났고,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29.0%였다.
오는 16일부터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였으며, 나머지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 법과 관련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1%, 취업 규칙이 개정됐다는 응답은 12.2%였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명시하고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을 말한다. 작년 12월에 통과돼 오는 16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방안을 취업 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반영해야 한다.
직장갑질119는 “설문조사 결과 대한민국 직장이 갑질에 매우 둔감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처벌조항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