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 3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과 주스를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선 3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과 주스를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1만 425개교 중 4601곳 중단

“도시락 나눠 먹어 기대된다”

“아이에게 직접 피해 ‘불안’”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등이 속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파업에 본격 돌입하면서 학교급식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이의 급식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3일 전국 1만 425개교 중 4601곳에서 급식이 중단된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중 2797곳은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를 하고 635곳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744곳은 기말고사로 급식을 실시하지 않았고 220곳은 단축 수업으로 급식을 하지 않았다.

이날 본지가 찾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책가방을 매고 한 손엔 도시락을 갖고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 정문 앞까지 바래다주며 도시락을 직접 아이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오늘부터 파업으로 인해 급식이 나오지 않아 학교에서 빵과 음료로 대체한다기에 직접 도시락 싸서 보냈다”며 “파업이 아이 급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 불안하다. 어서 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들고 등교하던 김모(9)양은 “엄마가 오늘 학교에 밥 안 나온다고 김밥을 싸주셨다”며 “도시락을 들고 와서 좀 무거워서 불편하긴 하지만 친구들끼리 같이 도시락 나눠 먹기로 해서 기대된다”고 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빵과 주스 등 대체 급식이 제공된 가운데 퇴식구가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빵과 주스 등 대체 급식이 제공된 가운데 퇴식구가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9.7.3

학생들이 등교를 마친 오전 9시께 학교 지하 1층에 위치한 급식실과 조리실에는 불이 꺼진 채 적막감만 맴돌았다. 평소 같으면 음식 준비에 여념 없어야 할 조리실 내부에는 인적이 보이지 않았고 조리기구 작동은 모두 멈춰 있었다.

급식실 뒤편에 부착된 급식표에는 ‘간편식 제공 개별포장 빵과 음료’라고 적혀있었다. 학교 홈페이지의 급식 메뉴 알림 게시판에는 ‘급식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기재돼 있었다.

학교 후문에 대형 트럭이 도착하자 학교 관계자들은 트럭에서 350여명의 점심식사를 대신할 빵과 음료 등을 식당으로 옮겼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최종 결정되면서 급식을 담당하는 4명의 조리사 및 조리원들이 모두 파업에 동참했다.

점심시간인 12시 10분이 되자 아이들은 줄지어 급식실로 향했다. 급식실 내부에는 급식으로 대체될 빵과 음료가 미리 식탁 위에 배치돼 있었다. 아이들은 식탁 위에 있는 빵을 먹으며 친구들끼리 얘기도 하고, 서로 빵을 뜯어주기도 하는 등 큰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을 먹기 위해 급식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을 먹기 위해 급식실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빵을 먹는 아이들 사이에 도시락을 먹는 아이도 있었다. 집에서 가져온 유부초밥을 먹던 한 아이는 학교에서 제공해준 빵을 먹지 않았다.

학비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단축 수업을 진행한 이 학교의 1~3학년 아이들은 점심시간 이후 일찍 교문을 나섰다. 정윤지(가명, 10)양은 “오늘 학교가 빨리 끝나서 좋다”며 “평소 급식 먹는 걸 별로 안 좋아 했는데 오늘 빵을 먹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과는 다르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파업으로 인해 아이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희(30, 여)씨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인해 당장 아이들이 급식을 못 먹는다”면서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으니 보기 안 좋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급식이 정상 운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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