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6.30
ⓒ천지일보 2019.6.30

김동희 건축가
느린 집에 대해서. 시간이 흐르면 집이 지어지는 것이다. 준비가 잘되고 의도가 완성될 때 집짓기가 시작된다. 

마음의 준비가 시작되면 희망사항이 열린다. 큰 방이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방의 위치도 고려한다.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을 상상한다. 아이가 집 안에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널찍한 계단은 놀이공간이 되고 휴식공간이 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우리 집에 어울리는지 고민한다.

집은 하나의 완성체이다. 한 통의 살아 있는 공간이다. 어느 하나 치우침이 없으면 좋겠다. 위에서 아래 공간을 쉽게 볼 수 있고 아래에서 위쪽 공간을 향해 이야기 할 수 있다. 전체가 하나로 읽히는 집이면 좋겠다. 아래위가 열린 공간은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 다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아이는 엄마를 찾게 되고 엄마는 아이를 찾게 된다. 자연의 이치는 시공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집은 자신이 원했던 삶이 현실로 되는 과정과 같이한다. 자연은 아무리 재촉해도 그저 그 자리인 것처럼 그대로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의 변화를 그때서야 알게 된다. 

사람의 삶도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 많다. 그 때의 그 장소와 좋은 만남은 우리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추억으로 남는다. 집은 추억의 저장소가 된다. 

하루의 시간이 한 달의 시간이 되고 계절이 된다. 머무르는 공간도 과일이 무르익어 열매가 되듯이 기억도 추억이 되고 만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처지가 집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래서 집은 인간의 처지를 담는 공간이 되고 인간을 천천히 완성시키는 추억의 공간이 되는 게 익숙해진다.

삶을 느리게 완성시키는 작은 집은 최소의 공간구성으로 만들어져서 검소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공간이 될 것이다. 비가 오면 처마의 비를 본다. 그리고 빗소리를 듣는다. 집도 자연 속에서 비를 맞는다. 무엇을 하는지 묻지도 않았지만 달팽이는 천천히 등에 진 집을 이고 이동한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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