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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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작은 집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집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들 하고 있다. 작은 집은 단어 그대로의 뜻이 있다. 그냥 작다. 
감성적으로 작다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과 작지만 크게 하고 싶고, 풍성했으면 좋겠고 남에게 꿀리지 않는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이중적인 생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집에 적당히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일 뿐이다. 덤으로 작은 집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경제성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포함돼 있다. 

집이 크면 좋다는 생각은 벌이가 좋지 않고 힘들고 고달픈 시절 집이라도 대궐 같은 큰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넋두리처럼 이야기하던 시절의 정서가 아닐까? 집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힘들어서 꿈이라도 큰 꿈을 가져본다는 마음으로 욕망 해소용으로 집을 찾았다면 당연히 큰집에 눈독을 돌릴 것이다.

핵가족화는 이미 오래전에 되었고 지금은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것은 다 이룰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오히려 집은 그렇지 않다. 내 마음대로 만들기가 녹녹하지 않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추구하는 것뿐인데도 쉽지 않다. 예비 건축주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가 많지만 대부분 더 넓은 시야를 볼 수 있게 도와주기보다는 좁고 소극적인 부분에 더 많이 노출된다. 

집짓기 붐이 시작했던 3, 4년 전만 해도 집 짓고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집을 뽐내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면 지금은 그저 하나의 일상으로 집을 바라보게 된다. 지나치게 과장된 자신의 겉모습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집을 짓는 시기가 시작된 것 같다. 

자신의 생활에 맞는 집이라고 물리적으로 무조건 작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의 자신의 삶을 간수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에 목표를 세우는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생각이다. 혹여 어둡고 우울한 부분에 빠지더라도 쉽게 헤쳐 나올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큼직한 집을 짓고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줄 만한 경제적인 사정이 된다면 별문제가 아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직장생활과 연계해서 일 년 뒤를 챙기기에 급한 처지에서 멀리 내다보고 집이 좀 더 크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벗어나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건축은 경제적 여유 이상의 본질적인 인간의 고귀한 삶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집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삶을 품은 집을 만들 수 있고 수많은 건축사들이 이미 즐겁고 행복한 집을 설계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집짓기로써 자기 삶에 맞는 작은 집부터 권해 드리고 싶다. 

작은 집이지만 상대적으로 바닥 면적이 작다는 것뿐이지 쓸 수 있는 공간이 작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좀 더 풍성한 자신만의 집짓기에 한걸음 더 쉽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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