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구태정치 바꾸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
[아침평론] 구태정치 바꾸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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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모 종교단체가 자유한국당을 지원하면서 낸 성명 가운데는 “의도적으로 국회법 제85조의2에 명시된 ‘안건의 신속처리 지정’이라는 법률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패스트트랙’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해 국민을 기만했다”고 강조한 문장이 있다. 그 종단에서는 “국회에서 현안 처리가 ‘신속처리’가 아닌 반드시 충분한 논의와 토의를 거쳐 전 국민적 합의가 전제됐어야 할 안건들이었다”고 비판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더라도 한편으로 치우쳤고 간과한 게 또 있다.

국회가 처리해야할 법률안과 예산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손뼉도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여야가 협의 테이블에 나와야 논의가 되고 진행이 될 터인데, 의안처리에서 여야 합의를 구실삼아 자기 정당이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논의 자체를 지연 또는 거부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에 반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치적 구태에 익숙한 기득권 세력의 정략인 것이다. 그렇게 볼 때에 이번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현안 중에서 선거제 개혁과 관련돼 자초지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당이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기만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전 정당에 잠시 간여한 일이 있어 정당의 속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정당은 한마디로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 어떠한 조직체냐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조직체인 것이다. 정당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을 하는 등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정당이 국민의 건전한 정치 의사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정당들은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정당이나 정치인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왔음은 한국정당의 구태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4월에 발생됐던 동물국회의 난장판을 판단해야 하는바 국회 패스트트랙 건과 관련된 여야4당과 한국당의 대치는 결국 선거제도 개혁과 귀결된 문제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건대 이는 ‘밥그릇 싸움’이 작용한 것임이 아닐 수 없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및 정의당 등 소수3야당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행 선거법이 거대양당 위주로 돼 있어 선거법 개혁이 20대국회에서 처리해야할 중대 과제임을 공동 인식했고, 여기에 사법개혁 등 현안과 맞물린 민주당의 의사가 맞아떨어져 여야4당이 전격 합의했던 것이다.

선거제 개혁 합의는 현행 국회의원 정원 300석을 그대로 두고 지역구를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의석이 늘어난 ‘225석 대 75석’ 구도다. 여야4당은 이번에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야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 일정을 고려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고, 그래야만 내년 21대 총선에서 개혁된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룰 수 있다. 그 전제하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의석수 감소 등을 우려한 한국당의 거부로 정개특위가 지지부진해왔고, 한국당에서는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이미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처리를 거부한 상태였다.

패스트트랙 문제로 여야가 대처해있던 지난 4월 말, 정개특위 간사인 한국당 장제원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와의 설전에서도 잘 나타난다. 장 의원은 “사보임을 하고 또하는 게 개혁인가. 그렇게 변칙하는 게 개혁인가”라며 김성식 의원을 공격했고, 이에 김 의원은 “(이번 사태는)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한국당이) 일찌감치 대안을 내놓고 협상을 했어야지, 작년 7월 여야 모두의 합의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3개월 동안 한국당은 위원 명단을 안내고 협상장에 안 나왔다”고 응수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분노를 터뜨린 적이 있다. 올해 2월 말까지 5당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에 합의해놓고도 한국당에서 거부했다는 말이 된다.

오래전부터 우리사회에서 ‘3류정치’라는 말이 곧잘 흘러나왔다. 기업이 1류, 행정이 2류임에 비해 정치는 3류라는 것이다. 그 3류정치의 근원이 되고 있는 선거제도를 개혁하려고 역대국회에서 노력했지만 번번이 허사였다. 그 실패의 이유는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하는 거대양당의 구태에서 비롯됐던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오는데 괜히 선거제도를 개선하겠으랴. 그런 뜻에서인지 이번 선거제도 개혁에서도 한국당은 꼼짝달싹하지 않았던 것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몰고 온 난장판 정치, 신성한 국회에서 무력폭력이 일어난 것은 어쨌든 정치인들의 잘못인바 그 근원에는 현행 선거제가 가져다주는 기득권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여야4당이 거행한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국민 가운데 51.9%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부정적 37.2%)을 볼 때에도 다수 국민은 선거 표심대로 국회의원 의석이 직결되기를 바라는 태도다. 그럼에도 모 종교단체가 한국당이 보인 선거제 보이콧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 성명을 보면 20대 국회 들어 17번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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