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막장 드라마 보여주는 국회, 이 일을 어쩌나
[아침평론] 막장 드라마 보여주는 국회, 이 일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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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 일컫는다. 이 드라마에는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은 물론이고 불륜 등이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와 자극적인 소재로 구성되는바 그 흐름이 지극히 정상적이지가 않다. 그런 막장 드라마가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단편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국민이 보기에는 가관이다. 그래도 거기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기고만장하며 상대방 탓하기에 바쁘다.

국회의 막장 드라마는 지난 24일 국회의장실에서 서막을 올렸다. 단초는 여당과 소수3야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선, 사법개혁 안건 등 패스트트랙 건이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 위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문희상 의장에게 의사 전달하러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다수들이 오 위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요청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던바, 문 의장의 앞길을 막아선 임이자 의원과 국회의장간 불가피한 신체 충돌을 두고 턱없는 말들이 오간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지금은 형사고발되는 등 점입가경이다.

결과를 정확히 알려면 시초의 원인을 잘 알아야 하는바, 그날 일정이 있어 의장실을 나가려는 문 의장을 둘러싼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길을 막았고,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양팔을 벌리고 길을 막고는 “손대면 성희롱이에요”라고 했다.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보여지기 딱 맞은 상황이었다. 그러자 문 의장이 화가 나서 임 의원 양 볼에 두 손을 감싸며 “이게 성희롱이냐”고 했다. 당시 상황이 이랬지만 이를 두고 한국당에서는 국회의장이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사퇴 요구와 함께 문 의장을 검찰에 고소한 한편, 국회 윤리위에 문 의장을 회부하겠다는 등 강경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엄격히 따지자면 임이자 의원이 문 의장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앞을 막아선 상태에서 (나가기 위해 움직이면 신체 접촉이 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성추행 운운 했던 것이고, 또 문 의장이 임 의원의 말에 화가 나긴 했어도 볼을 감싸 쥔 행위도 구설수에 오를만하다. 그렇긴 하나, 문 의장과 임 의원 간 신체 접촉을 두고 성추행이라고 한 말에는 법적 사실에 의거해 볼 때 맹점이 존재한다. 성추행 범죄가 인정되려면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돼야하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문제가 남아있다.

한국당에서는 문 의장이 임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문 의장 측에서 자해공갈이라고 응대한 점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신체 접촉은 있었으니 성추행 의혹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시 상황을 보자면, 국회의장실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떼로 몰려들어와 밖으로 나가려는 문 의장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또 기자들이 그 상황을 취재하고 있는 자리에서 문 의장이 순간적으로 임 의원의 몸에 손을 대게 된 점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임 의원과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성추행 당했고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하겠지만 문 의장 측에서도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굳이 임 의원과 한국당에서 문희상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하게 되면 사법당국이 판단할 문제라 하겠으나 그전에 상식선에서 사건을 보는 국민의 눈이 있다. 어쩌다 의회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회 안에서, 그것도 존경의 대상이 돼야할 국회의장과 관련돼 막장드라마가 나오게 된 것인지 먼저 국회의원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정당이기주의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는 정치 현실이 신성한 국회에서의 반(反) 의회적 폭력행위를 유발시키는 단초가 됐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수장이다. 국회가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국회의원들에 의해 의장실이 점령되고 그 안에서 국회의장이 겁박당한다면 분명 난장판 국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 위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문희상 의장에게 의사를 전달하려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나 원내대표단이면 가능할 텐데, 한국당 의원이 집단으로 몰려가 무력으로 문 의장에게 겁박하고 행동을 억압한 행위는 스스로 국회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은 자초지종을 언론과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실 점거로 시작된 동물국회 양상을 계기로 민주당에서는 검찰 고발로 대응 전선을 확산시켰다. 한국당 의원 18명에 대해 지난달 26일 1차 고발에 이어 2차 고발에 나서면서 “한국당에서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 했다.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에서도 문 의장의 성추행과 직권남용 등 맞고발했으니 이쯤 되니 민생법안은 물 건너갔고, 피고발인만 100명에 이르니 국회가 사법 대첩의 막장 드라마로 얼룩질 것이다. 또 “도둑놈”이니 “도둑놈 심보”니 막말로 싸우고 있으니 정말 난장판 국회의 막장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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