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주 4.3 71주년 맞아 기도회 개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주님, 무고한 백성에게 폭력이 자행되는 참혹한 현장에서 이 땅의 교회가 날선 칼이 돼 광기어린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주여 우리의 허물과 죄를 고백합니다.”

제주 4.3 71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의 주최로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기도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엔 이 같은 그리스도인들의 고백이 울려 퍼졌다.

이들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광장에 나와 참회한 까닭은 무엇일까? 제주4.3 당시 이승만 정권은 도민들의 봉기를 진압하고자 서북청년회(서청)를 제주에 보냈다. 서청은 1946년 11월 30일 서울 종로YMCA에서 결성대회를 열고 출범한 단체다. 공식명칭은 서북청년회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서북청년단’이라고 불렀다. 이 서북청년단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악명’ 높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좌익세력을 대상으로 암살과 테러를 자행했고, 특히 제주4.3항쟁에 토벌군으로 참여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북청년단은 주로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주축이 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보수 장로교단에 속한 ‘개신교인들’이었다.

이러한 관련성 때문에 그간 개신교는 제주4.3의 가해자라로 지목돼 왔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설교자로 나선 NCCK 인권센터 이사장 김성복 목사는 서북청년단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잔인무도한 학살이라 칭하며 참된 화해와 역사 정의를 세우기 위해선 한국교회가 참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목사는 설교 중 포천 평안교회 김달성 목사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서북청년단의 잔학행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 목사 설교 중 일부다.

“그들은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게 싱거웠는지 몽둥이로 때려죽였다. 칼이나 창으로 찔러죽였다. 밟아 죽이고 물에 빠트려 죽였다. 목을 잘라 죽이고 허리도 잘라 죽였다. 폭탄을 터트려 죽이고 차바퀴로 치여 죽였다. 독약을 먹여 죽이고 껍데기를 벗겨 죽였다. 굶겨 죽이고 절벽에서 떨어트려 죽였다. 구덩이를 파게하고 생매장도 했다.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고 나무에 묶어 놓고 죽였다. 불 태워 죽이기도 했다. 굴 입구에 연기를 피워 굴에 피신한 주민들을 질식사시킨 경우도 흔했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뺨을 때리도록 강요했다. 그러다 히히덕 거리며 총으로 쏴 죽였다. 여자를 강간한 뒤 죽이는 건 부지기수였다. 여자의 성기에 총구를 꽂기도 했다. 젊은 남녀가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하며 사살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나신으로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낄낄거리며 총으로 난사했다.”

김 목사는 “서북청년단을 만든 사람이 한경직 목사님이라는 데 비통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다”며 “비극적인 역사에 개신교가 엄청난 죄를 범했다. 희생된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한국교회가 불의한 국가 권력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한 그 역사를 잊지 않고 사과와 참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교회가 지난 역사를 거울삼아, 갈등 해결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NCCK 인권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를 연 가운데 한 참석자가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NCCK 인권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를 연 가운데 한 참석자가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4

행사 말미에 등장한 이홍정 NCCK 총무는 “제주 4.3 71주년 추념식에 참석했다. 참으로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며 “한 생존자가 부모와 형제자매를 다 잃고 고아로 살아온 삶을 들으면서 아직 제주 4.3의 한은 절절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4.3 역사 앞에 우리 개신교가 사죄해야 할 것은 명확히 사죄해야 한다”며 “그럼으로 해서 비로소 이 역사의 진정한 치유자요 화해자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NCCK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최근 제주 4.3을 둘러싸고 서북청년단과 개신교의 관련성이 주요한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먼저는 4.3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고 한국 교회의 진솔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신교 진보 진영인 NCCK는 지난해 처음 4.3 추모 기도회를 시작했다. 개신교계에서 제주 4.3을 추모하며 기도회를 연건 NCCK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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