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2018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2018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31

검찰, ‘블랙리스트 의혹’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영장 청구

구속 영장 발부 시 검찰의 청와대 수사 탄력 받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 수사는 현 정부 청와대를 겨냥하게 됐다. 김 전 장관의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면 검찰의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2월 26일 자유한국당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한 데서 비롯됐다. 폭로자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수사관)이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번이 처음 청구된 것으로 한국당 고발 이후 검찰 수사의 칼끝은 청와대로 향해왔다. 올해 1월 청와대를 압수수색 하는 등 본격적으로 강제 수사 절차를 밟은 검찰은 이후 2개월가량 환경부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이 수사에서 검찰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와 환경부 차관실 등을 압수 수색한 뒤 환경부 직원들로부터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과 물증을 여러 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감사 자리에 대한 공모 과정에서 특혜 채용 단서를 포착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환경부는 작년 7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김현민 환경공단 감사가 사퇴하자, 그 후임 자리를 공모했다. 이 자리에 청와대 측이 한겨레신문 출신 박모씨를 추천했고, 환경부 측이 박씨에게 면접 질문 문항표와 공단 업무 계획서 등을 사전에 전달한 사실을 검찰은 파악했다고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직무 권한을 넘어 산하기관 임원들의 인사에까지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밖에도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중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에게는 사퇴를 종용하고, 현 정권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앉히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핵심은 실제 청와대가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김 전 장관은 검찰 수사에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면 진술 태도가 달라지거나 청와대의 역할에 관해 진술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은 우선 김 전 장관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보강조사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의혹에도 만약 김 전 장관의 구속이 불발되면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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