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구미=원민음 기자] KTX 구미역 정차를 두고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KTX 김천구미역 모습. 김천(구미)역은 현재 김천시에 위치해 있다. 이번 논란은 구미시가 별도의 구미역 유치를 주장하며 촉발됐다. ⓒ천지일보 2019.2.18
[천지일보 구미=원민음 기자] KTX 구미역 정차를 두고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KTX 김천구미역 모습. 김천(구미)역은 현재 김천시에 위치해 있다. 이번 논란은 구미시가 별도의 구미역 유치를 주장하며 촉발됐다. ⓒ천지일보 2019.2.18

구미 “구미역 정차 절대적”
김천 “혁신도시 경쟁력 잃어”
이낙연 총리, 구미역 정차 약속

[천지일보 구미=원민음 기자] KTX 구미역 정차를 두고 경북 김천시와 구미시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구미시는 침체한 지역경제와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살리기 위해 KTX 구미역 정차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김천시는 KTX 구미역 정차가 김천 혁신도시가 경쟁력을 잃는다며 맞서고 있다.

KTX 김천구미역은 지난 2010년 11월 김천시 남면에 개통했다. 당시 역사 명칭과 기존에 다니던 경부선 KTX 열차 운행 폐지와 관련해 작은 마찰이 있었으나 극적인 합의 후 현재까지 운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구미경제인 간담회를 계기로 구미시는 KTX 구미역 정차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김천부터 거제까지 이어지는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 때 KTX 김천구미역부터 경부선 국철 간 2.2㎞ 연결선을 설치해 KTX가 구미역을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정부가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예타면제 사업으로 확정하면서 구미시는 코레일과 중앙정부에 이 사업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구미역 정차로 산단 살려야”

이같이 구미시가 KTX 구미역 정차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살리기 위해서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을 구미에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이 유치되면 고용 창출 효과만 1만명 이상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구미시와 구미시 시민단체들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KTX 구미역 정차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구미시는 김천시 남면에 KTX 김천구미역이 건설되고 구미역에 KTX 정차가 중단되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 외국인 구매자와 노동자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KTX가 구미를 지나지 않아 거리가 많이 떨어진 지역에서 오는 해외 구매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구미역 정차가 이뤄지면 서울에서 구미까지 1시간 20분대로 다닐 수 있어 국가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마루(가명, 28, 남, 구미시 비산동)씨는 구미역 정차와 관련해 “교통이 편리해지는 만큼 기업 유치도 잘될 것”이라며 “구미시가 발전하면 바로 옆 도시인 김천시도 여건이 좋아지니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구미역 정차를 찬성했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KTX 구미역 정차를 두고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김천시민단체가 KTX 구미역 정차를 반대하고 있는 현수막이 김천시 한 건물에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19.2.18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KTX 구미역 정차를 두고 경북 구미시와 김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김천시민단체가 KTX 구미역 정차를 반대하고 있는 현수막이 김천시 한 건물에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19.2.18

◆“구미역 정차 김천에 막대한 피해”

반면 김천시의 반응은 상반됐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 후 김충섭 김천시장은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X 구미역 정차는 김천혁신도시의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천시의회도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김천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그 어떤 일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가 KTX 구미역 정차를 강행한다면 15만 김천시민이 모두 힘을 합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김천시는 KTX 구미역 정차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중앙부처에 항의하고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범시민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천시민들도 KTX 구미역 정차를 반대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 도로변에는 ‘우리는 KTX 구미역 정차를 반대합니다’ ‘지역상권 다 죽는다 KTX 구미역 정차반대’ 등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KTX 김천구미역 앞에서 만난 김성현(53, 남, 김천시 율곡동)씨는 “김천시에 있는 역에 구미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도 웃긴 일”이라며 “구미역 정차로 인해 김천시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이걸 생각지 않고 무조건 강행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천시는 KTX 구미역 정차보다 김천구미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천시 관계자는 “구미시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김천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구미국가산업단지와 KTX 김천구미역 간의 자동차 전용도로를 개설하거나 대구권 광역철도 김천 혁신도시 연장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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