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전기를 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 사용하고자 하는 기대로 개발된 전지는 최근 들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기존 공장 위주의 예비발전설비 용도에 집중됐던 2차 전지산업의 경우, 최근 전기차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특정 장치 또는 물리적 매체를 이용해 에너지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 시스템이며 통상 수백 kWH 이상의 전력을 저장하는 단독시스템을 의미함) 시장의 확대를 통해 활용범주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 2차전지 장비업체들의 경우 2015년부터 연 평균 15~30%대의 매출액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2차전지의 가장 큰 수요처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18년 450만대에서 약 6년 후인 2025년에는 22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공해유발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자동차의 사용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충전을 반복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2차전지는 외부전원으로부터 전원을 공급받아 이온화 반응 차를 가지는 금속에 저장하고, 이들 금속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산화,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전기를 충전하고, 필요할 때마다 방전해 사용하는 반영구적 사용 전지를 의미한다. 주요 종류에는 납축전지, 니켈카드뮴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폴리머전지 등이 있는데, 이 중 1991년 개발된 리튬이온전지가 상용화돼 있는 2차전지 가운데 가장 성능이 우수한 전지로 평가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에 리튬산화물을, 음극에 탄소를 사용하고, 전해액으로는 염을 주성분으로 사용하며, 에너지 저장밀도가 높아 작고 얇은 모양으로 전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카메라 등 소형 휴대 기기 전원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자연방전도 거의 없어 전기자동차의 연료전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등이 리튬을 생산·공급하고 있고, LG화학, 삼성SDI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순도 높은 2차전지를 생산·수출하고 있는데, 현재 세계 2차전지 수출 시장의 약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삼성, LG 등 국내 휴대폰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주요 부속품인 에너지 집약적인 소형전지의 필요성이 커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차전지 생산기술이 연구·발전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던 것이다. 필요성에 따른 연구가 제품을 개발시키고, 그 제품으로 시장을 지배해 구매력과 R&D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또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시장을 지배하는 이른바 선순환의 고리를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의 발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2차전지의 주류인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라는 원료의 고갈과 이에 따른 원가상승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 진화의 한계에 도달해 고비용, 불충분한 에너지밀도, 긴 충전시간, 짧은 사이클 수명 등의 문제에 대한 지속적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리튬2차전지를 구성하고 있는 두 극간에 전자들이 이동하게끔 하는 물질인 전해질이 액체이기 때문에 본 액체의 누출 위험성이 있고 리튬과 수분이 접촉되면 폭발할 위험성이 있어, 해당 공간에 에너지밀도가 더 높은 물질을 집어넣은 전고체전지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지의 양극 간을 잇는 전해질을 기존의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개념이 기존 전지와 전고체전지와의 차이점이며, 고체전해질의 원료에 따라 산화물/황화물 계열 등으로 나누어 별도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중 리튬이온 전도도가 기존 액체 전해질에 맞먹는 정도의 슈퍼이온 전도체 특성을 보유한 황화물 계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전지의 음극에 사용되는 리튬을 소디움으로 대체해 기존 리튬이온과 동일한 성능에 비해 원가는 30%가량 절감할 수 있는 2차전지도 개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도 평가받고 있는 2차전지산업 기술이 지금보다 더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세계시장을 점유할 날을 기대해 보고 또 그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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