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구속심사 받는 첫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도 재청구

청구서 분량 260쪽에 달해

이르면 22일쯤 심사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논란의 최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71년 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 심사 대상이 돼 후배 법관 앞에 서는 첫 대법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1일 소환 조사를 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또 검찰은 지난달 초 기각됐던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2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3차례 피의자 신문을 비롯해 전날까지 모두 5차례 검찰에 출석했고, 첫 조사 때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서 열람 등 절차를 모두 끝마친 뒤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에 개입한 일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들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사안을 챙긴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필수라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의혹 상당수가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라는 점,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실무를 맡은 만큼 대부분의 혐의를 공유한다는 점에 따른 것이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3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대법원장으로 일하는 6년 동안 임 전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헌법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소송 등 사건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판사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3억 5000만원 등 40여개 개별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금껏 알려진 사법농단 관련 의혹의 대부분이다.

박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소송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관련 소송, 옛 통진당 의원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 또는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의당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가 새로 드러나면서 검찰은 영장 청구가 다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함께 영장이 청구되고 기각된 고영한 전 대법관은 이번 청구에선 제외됐다. ‘부산 스폰서 의혹’ 재판 개입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 박 전 대법관에 비할 때 기간이나 관여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청구서는 260쪽에 달하고, 박 전 대법관은 200여쪽 분량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