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몇 년 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거의 땅끝마을에 해당할 만큼 먼 곳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당연히 지인이 있어서 만나러 간 것이다. 그런데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필통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고객들이 머물다가는 자리인데 몽**사의 볼펜이 보인 것이다. 최소 몇십만원은 족히 넘는 가격의 볼펜이기에 역시 잘 사는 동네여서 다르구나 생각하다가 신기해서 직접 써보니 역시 잘 써진다. 그런데 익숙한 느낌에 보니 필자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지인의 초대로 그곳에서 강의를 하고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에게 친필 싸인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 때 무심코 놓고 갔나보다. 

잃어버린 초반에는 어디서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애달프지도 않은 채 그 볼펜의 존재는 곧 잊히고 말았다. 박사과정 수료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인데도 말이다. 잃어버렸던 물건을 그 멀리서 찾다니 정말 말로 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에게는 그렇게 소중한, 그리고 비싸기도 한 그 볼펜을 왜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을까? 그것도 몇 년씩이나….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날 아침도 볼펜 중에 안 나오는 볼펜을 추려서 버렸는데 다행히 그 볼펜은 잘 나오길래 그냥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지만 알지 못하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도 인생을 살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그렇게 무심히 지나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소중한 것들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게 해 달라는 기도를 잠시 해 보았다. 

언젠가 인디언 추장이 쓴 글을 본적이 있다. 영국 사람이 자기네 땅을 사겠다고 큰돈을 싸들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을 사고 팔 수 없듯이 땅을 어떻게 사고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결국 그 땅은 누구의 땅도 아니며 그 대지에 두 발을 딛고 땅의 느낌을 느끼며,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사람만이 땅이 주는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돈 주고 사고팔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돈으로 대부분의 중요한 것들을 살 수 있으며 심지어 행복까지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것들을 돈으로 사고팔고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인디언 추장이 열거한 바람이며, 공기며, 물, 그 외에도 친구나 우정,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런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 눈이 멀어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추억이 있는 소중한 볼펜을 찾아서 기뻤지만 더 기쁜 것은 그 사건을 통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고, 그 날 그 자리에 나를 또 불러준 지인과의 인연이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찾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리석은 우리는 대부분 부모님을 잃고야 부모님의 소중함을, 친구를 잃고서야 친구의 소중함을, 건강을 잃고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도 중요한 것이 많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늘 주변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것들을 찾는 습관을 찾는다면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