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행복하기 위해서 으뜸으로 꼽는 것이 아마도 ‘좋은 사람’, 즉 ‘좋은 인연’이 아닐까? 좋은 인연은 우리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게도 하고, 다른 여러 가지의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것을 한자로 호연(好緣)이라고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상하게 좋은 의미로 시작한 것인데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고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이다. 그래서 왠지 그 사람 생각을 하면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다면 그것을 사람들은 악연(惡緣)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호연과 악연은 처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이 ‘이 사람과의 인연은 정말 악연이었구나’라고 단정하게 되는 순간 악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나쁘기만 한 인연은 이 세상에 없다. 즉 악연은 없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스토리처럼 지금 당장 좋은 일이 나쁜 일의 씨앗이 되고, 지금 당장 나빠 보이는 일이 좋은 일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조선 전기의 무신 중에 이양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군수였음에도 비첩 소생의 서자여서 노비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짚신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고 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는 어느 날, 노비군대에 지원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백정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뛰어난 무예 솜씨를 익히게 됐고 공을 많이 세워서 성종 때는 종2품 벼슬에 해당하는 왕을 호위하는 호위무사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그리고 도적떼가 기승을 부리자 최초의 포도대장으로 임명돼 도적 떼를 소탕하게 되는 공을 세우게 됐다. 그 때에도 백정들의 정보망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신분이 달라졌지만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백정 친구들을 불러 회포를 풀고 조언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노비 때에 부부의 연을 맺은 사노비 출신의 조강지처를 조정에 건의해 면천 받도록 하고, 끝까지 사랑해서 훌륭한 인품의 표본이 됐고 후대에 의인으로 평가 받았다.

현대에도 갑자기 돈을 벌었다던가 하여 주변 인맥을 다시 구성하고 그 전에 알던 사람들에게 소홀한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런데 신분제도가 있던 시절에 높은 벼슬에 올랐으면서도 노비나 백정 친구를 만나면 말에서 내려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곤 했다는 이야기가 참 평범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태도가 그 사람 주변의 사람들을 다 호연으로 만들고 자신의 인생도 멋지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인연은 사람과의 사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이나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인연은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필자도 가끔 싫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과 인연되기 몇 단계 전, 그리고 몇 단계 후까지 생각하다보면 결국 호연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야 인생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저절로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악연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호연으로 만들까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연지어진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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