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이 재편됐다. 노영민 주중대사가 문재인 정부의 제2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은 문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소위 ‘원조 친문’이 대통령비서실 중심세력이 돼 집권 3년 차를 잘 이끌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정 체제 강화에 일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정부정책에 반영하는 등 지난 1년 8개월간 문 대통령을 보좌해오면서 인기를 끌긴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한 사이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차장 등을 대동하고 전방부대 시찰에 나선 것에 대해 야당으로부터 “군 통수권자처럼 시찰했다” “자기정치를 한다”고 공격받는 등 말들이 많았다.

이같이 청와대비서실장 자리는 ‘비서’라는 지위로 인해 그림자보좌처럼 있는 둥 없는 둥 해도 안 되지만 너무 튀어도 정치적 견제를 받으니 운신폭이 좁은 것임엔 틀림없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의 과오(?)를 염두에 두고 정치권의 견제를 받지 않도록 신중히 처세해야 하고, 지난 정부 비서실장과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실장의 ‘비서 원칙론’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허 전 실장은 청와대비서실장 취임 첫 일성으로 “비서는 귀는 있지만 입이 없다”는 말은 지금도 새겨볼만한 교훈인 것이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발탁을 두고 정치권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세력의 강화로 문 대통령의 입지를 굳게 만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만큼 노 실장이 산전수전을 겪은 3선의 노련한 정치인인데다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2017 대선에서는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니 총선을 1년여 앞둔 지금 시기에서 비서실장 발탁은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청와대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부가 실현하는 데 성공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내각과의 연결고리하는 자리이다. 헌법상 정부의 중요 국정은 대통령, 국무총리와 장관(국무위원)으로 구성되는 국무회의 소관사항이고, 행정부 일은 정부부처 중심으로 추진되는 게 당연하니 청와대비서실장이 최고 권력에 기대어 정부 내각을 지휘하려고 하면 안될 것이다. 가뜩이나 야당에서는 “청와대비서실이 정부 부처 책임자들을 직접 지휘한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자 권한 남용”이라며 비서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말을 새겨 노영민 신임 실장은 헌법적 가치에 의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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