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뒤에는 사전 조율 없이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와 응답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문 대통령의 정책 이해도와 내면에 깔린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손을 들며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기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이었지만 기자들에게 추가 질의를 허용하면서 질의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약 20분의 기자회견 중에 ‘경제’라는 단어만 무려 35번을 언급했다. 이와 연동되는 ‘성장’과 ‘혁신’이라는 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문 대통령의 이번 신년회견 키워드는 ‘경제’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외형적으로, 그리고 지표상으로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다. 이날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지난해 그토록 어려웠던 경제상황에서도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다. 그리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도 가입했다. 이미 가입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6개국은 모두 식민지를 가졌던 제국주의 국가였다. 그러나 그 제국주의의 침탈을 경험한 나라가 ‘30-50클럽’에 가입한 것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일궈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러한 지표와 외형적 성과를 자축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양극화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는 ‘외화내빈’의 경제상황이 지속적으로 심화돼 왔으며 문 대통령이 이번에 이를 직접 확인했다는 데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국정운영의 핵심 목표는 더 간명해졌다.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함께 잘사는 경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경제정책 운용의 양대 축으로 설정한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가 그 잣대가 될 것이다. 여기서 특히 강조할 점은 이러한 과제가 구호나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민의 일상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도 새해는 국정운영의 ‘성과’로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3년차가 되는 올해는 그 의미가 더 절실하다. 내년 총선 이후에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해 국민의 손에 쥘 수 있는 성과가 어떤 것이 있을지 모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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