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6.1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8.6.1

검찰, 관련 증거 다수 확보 알려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오는 1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조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11일 오전 9시 3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과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이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이에 검찰은 한 달간 강도 높은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없이 바로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한 것.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해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 그 지시를 받아 실무자에게 전달한 박·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 모두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차장 등이 상급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작년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확실한 물증이나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혐의가 상당 부분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르쇠 전략을 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고, 일본 전범 기업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존 대법원판결을 뒤집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등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지난해 11월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앤장이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양 전 대법원장 측과 독대해 논의한 결과를 담은 문건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문건에는 외교부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면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 등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2015~2016년 세 차례 이상 독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한 변호사와 유명환·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당시 강제징용 소송의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 등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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