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원장이 현직 부장판사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DB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천지일보DB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44개 혐의 연루됐다는 의혹

출석 두 차례 이상 가능성도

사법농단 수사 클라이맥스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부가 일선 재판의 절차와 결과에 개입하고, 법관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다음 주 검찰에 소환된다.

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망에 오른 일도, 피의자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조사를 받는 일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에 대한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반대되는 성향의 법관사찰 ▲비자금 조성 등 대부분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혐의를 받는다.

2011년 9월부터 6년간 사법부 수장을 지낸 양 전 대법원장은 본인의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재판거래’ 등 헌법에 반하는 내용의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기면서 44개 범죄사실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공범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지난달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공모관계가 성립되는지 의문”이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강제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2012~2017년 매해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문건이 법원행정처 차장부터 처장·대법원장이 차례로 서명한 사실상 ‘판사 블랙리스트’라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해 연루돼 조사할 양이 방대하다. 이 때문에 검찰 소환조사가 한 차례가 아닌 두 차례 이상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박·고 전 대법관을 비롯한 옛 사법행정 지도부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사건은 지난해 초 양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을 탄압했다는 내용과 관련,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이후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사법농단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양승태 사법부가 청와대와 사전교감을 통해 물밑 조율하고, 재판 거래를 통해 상고법원을 현실화시키려는 움직임은 사실로 드러났다.

재판 거래 대상으로 언급된 사건은 한 두건이 아니었다. ▲원세훈 국정원의 여론조작 사건 ▲KTX 여승무원 복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콜텍 해고노동자 사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등 여러 재판이 오르내렸다.

이윽고 지난해 6월 18일부터 사법농단 관련 고발사건 10여개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길 바랐으나, 올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으로 드디어 수사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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