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모습. ⓒ천지일보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모습. ⓒ천지일보

“초과자본금, 주주에 환원하라”

정부·정치권, 상법 개정안 추진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재개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社)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 측이 최근 이들 3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 부양’을 위해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지난 13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이사진에게 주주 환원 정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협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콘웨이 맥켄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8조~10조원,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잉여현금 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 유휴 설비 등 비핵심 자산 매각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엘리엇의 요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엘리엇 서한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적 컨설팅 업체의 분석을 통해 다시 한번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주주임을 처음으로 밝혔던 4월 4일 현대차 주가는 15만 6500원이었다. 7개월 정도 지난 14일 종가는 10만 1500원으로 당시 대비 약 35.1% 하락했다. 또한 올해 3분기 현대차와 기아차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현대·기아차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3사가 주가 하락으로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엘리엇이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한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의 공세가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기업 대주주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정은 최근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상법 개정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상법 개정안의 요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으로 엘리엇의 주장과 맞닿아 있어 재계의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엘리엇은 그간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엘리엇의 서한을 검토한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다.

ⓒ천지일보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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