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서 공동단장인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과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8.6.8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서 공동단장인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과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8.6.8

인권위·여가부·국방부 공동 조사단 31일 조사 결과 발표

5.18 당시 성폭행 피해사례 17건 확인… 광주 시내서 발생

“얼룩무늬 군복만 봐도 속 울렁거려” 피해자, 트라우마 호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성폭행과 성고문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성폭력 행위를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조사한 건 38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단은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때 발생한 대다수의 성폭행은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5월 19~21일)에 광주 시내에서 발생했다. 민주화운동 초기엔 광주 시내인 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에서 발생했지만 중후반에는 광주외곽지역인 광주교도소, 상무대 인근으로 변화했다. 피해자들의 나이는 10대~30대였다.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되기도 했다. 속옷 차림의 여성을 대검으로 희롱하거나 성고문을 하는 등 내용이 있었고, 일부 여성피해자의 유방과 성기에 칼, 꼬챙이 등 뾰족하고 날이 있는 물건으로 생긴 상처인 자창 관련 기록도 발견됐다.

또 학생과 임산부 등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도 다수 확인됐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또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당시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아픔을 감추며 산 피해자들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가족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이 복기돼 접하게 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구체적인 피해 정황을 언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 자료 일체를 출범 예정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할 방침이다. 공동조사단이 “조사 권한이 없어 당시 발생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만큼 향후 더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통합신고센터에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 면담조사를 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심리치료를 지원한다.

가해자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 고백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요청했다.

이 외에도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상 조사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하는 법 개정과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소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공동조사단장인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번 조사는 그간 사회적 논의의 범주에서 소외됐던 5.18 관련 여성인권침해행위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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