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가정폭력 가해자 격리 제도 운영 허술함 지적

피해자 신변보호 위한 실질적 법·제도 마련 요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더 이상 제 2,3의 피해자가 없도록 실질적인 가정폭력 방지법을 제정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피해자 가족의 신변을 보호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유가족을 국가가 보호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제정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가정폭력 살인사건 유가족 A씨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정부와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신변 보호를 위해 A씨의 모습은 비공개됐다.

국감장에 나온 A씨는 경찰의 가정폭력 가해자 격리 제도 운영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했다. A씨는 “계속되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처음으로 신고를 했지만 아버지는 겨우 2시간 만에 풀려났다”며 “용기내 신고했음에도 경찰에 무시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후 아버지가 동생의 뒤를 밟아 집 앞에 찾아와 칼을 들고 협박을 했을 때 두 번째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실질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처벌의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차라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서 어플로 신고 하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또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이후 경찰의 보호나 격리조치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앞서 A씨의 부친인 김모씨(49)는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고 이후 피의자 김모씨의 자녀들이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정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결국 경찰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 공권력이 아무런 기동을 못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인 29일에는 여성단체가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과 관련해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25년간 가해자가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고,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다”며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가정폭력범죄를 좌시하는 국가가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정폭력에 신고에 대한 경찰 검거율은 14%에 못 미쳤다. 검찰의 기소율은 9.6%, 구속률은 0.8%에 불과했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제2, 3의 피해자가 없도록 실질적인 법을 제정해주시길 바란다”며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할 수 있는 법제정과 개정이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 불안에 떠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 장관은 “전날 세 자매와 이모부, 이모님들을 만나 이들의 불안감을 느꼈다”며 “불안감에 떠는 가족들을 보며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구체성이 있고 제도화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렇지만 피해자가 받는 위협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피해자가 제도로 인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께서도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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