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백두산의 의미는 역사성, 그리고 한민족의 뿌리임과 동시에 지울 수 없는 상징성을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잡고 높이 쳐들어 올린 사진은 일단은 외견상으로 한민족의 일치성과 협력 및 단합의 표시이다. 언어도 통하고 민족적 감정도 일치하는 한반도가 화약고에서 평화 정착과 통일을 지향하는 거보(巨步)를 밟고자 하는 데 표면적으로 누가 반대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내심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늘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주변지역의 평화를 원한다고 앵무새와 같이 내뱉는 중국정부이지만,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올라가 연출하는 일시적 퍼포먼스도 달갑지 않다. 

2002년부터 본격화 된 ‘동북공정’이라는 중국판 동북지역 역사 날조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그림 속에 백두산을 둘러싼 한민족의 무대였던 동북지역, 즉 만주벌판 일대가 중국으로서는 지울 수 없는 중국 영토 속에 사는 변방의 소수민족 일개의 활동지역이라고 여기고 있다. 고구려 발해 역사는 당연히 한민족의 역사가 아니고 중국소수민족의 역사이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한다. 1980년 중국 역사학계에서 공산당의 지도를 받고 시작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 중국 나름의 논리적 근간을 소설과 짜깁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해 사실인 양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어느 민족이라도 무섭게도 상식도 인정하지 않고 대(大)중국역사라는 서술원칙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민족의 뿌리인 그리고 그 어떠한 상징성도 따라갈 수 없는 백두산을 인정하지 않고 창바이산(長白山: 중국식 이름)이라고 부르면서, 오늘도 중국은 지속적으로 백두산을 자국 것이라는 굳히기 작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두산 일대 개발 사업이다. 한국에서 남북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관광산업의 메카로 이끌고 가려고 하는 계획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으로서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유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반도를 통해 백두산을 가고자 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막혀 있는 장벽 때문에 중국을 통해 백두산 관광을 갈 수밖에 없었다. 비공식 통계이지만 최소한 한국인들이 1년에 20만 정도가 백두산을 중국을 통해 관광하고 있다. 남·북이 쉽지는 않지만 협의가 돼 백두산을 관광하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도 백두산 관광을 남한 주민같이 초기에는 많이 가지는 못하겠지만 방문하게 될 것이고 남·북이 합해진 숫자는 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에 중국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백두산을 방문한 숫자를 보니 223만 정도가 관광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람이 20만명이니 약 9% 정도의 관광 비율이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백두산 개발을 하면서 셔틀버스와 입장료까지 적지 않게 받는다. 한국 돈으로 3만 5000원에서 5만원 정도가 개인당 비용이다. 단순계산만 해도 이 돈만 100억원이다. 한국인들이 쓰는 기타 직·간접 비용을 포함하면 400~500억원 정도가 백두산 관광에 쓰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인 관광유치를 목표로 하면서 자국의 관광수요도 충족시키려고 백두산 일대를 몇 년 전부터 개발하고 국제적인 명승지로 만들기 위해 유명한 세계적 호텔 체인까지 유치했다. 수천년 보호된 원시림을 파헤친 것만 해도 20㎢ 넓이이다. 무지막지할 따름이다. 들어만 봐도 아는 9개의 국제 유명호텔을 유치했으며 국제적 수준의 객실만 300개이다. 아시아 최대스키장도 있고, 54개의 골프장도 있다. 60여개의 쇼핑센터도 있다. 660여 좌석의 대극장도 있다. 하나의 관광 도시가 생겼다. 이 근처에 공항도 새롭게 확장하고 지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겠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주 타깃(target)이다.

남·북이 협력해 대부분의 한국관광객이 한반도를 통해 백두산을 가는 것이 불 보듯 명확한 것이다.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도 한국을 통해 북한을 통해 백두산을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에게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안길 것이다. 민감한 정치적 영토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유보해야만 하는 중국은 남·북의 협력적 모습이 진정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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