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중 무역전쟁이 분명 언젠가는 끝날 것이지만 예상외로 터널끝이 길어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지만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끝나야지 한국 경제에 타격이 적다. 또한 한국은 단시일내 평정돼 내심 ‘중국굴기’가 조정을 받거나, 중국이 안하무인격으로 주변국에 휘두르고 있는 정치경제적 패권들이 일정부분 훼손을 받아 그들의 장기계획과 목표들이 지체되거나 수정되는 것을 목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의 민낯과 대외정책 실행의 구체적이고 실질적 이행 행태를 한국 국민들은 체감했고, 막연한 ‘중국위협론’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구나를 알게 된 것이다. 

혹자는 “중국과는 정상적인 국제규범을 내세워도 안되는구나.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그런 날은 용이하지 않겠지만 중국이 더욱 강대해지면 진정 예상이 안된다” 등의 말들도 한다. 아예 그래도 미국이 세계의 중심을 잡고 경찰국가 역할을 하는 것이 난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다. 미국 코밑에 왔다고 기세등등하게 벌써 ‘내 말 안 들으면 가만 안둬’라는 깡패나 다름없는 행동을 한다고 보는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 인식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중국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과라면 성과이기도 하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지켜보면서 중국도 아직까지는 만만치 않게 버티는 형국이다. 공산당이 일본과 항일을 승리로 이끌고 국민당 정부를 패퇴시켜 대만성으로 몰아냈다. 중국 전 지역을 평정해 오늘의 중화인민공화국을 1949년 10월 1일 건국시킨 행사를 천안문 성루에서 모택동이 선포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이 그 기나긴 장정을 극복하고 항일전쟁 승리와 국민당 섬멸의 대표적 전략이 ‘게릴라 전술’과 ‘지구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절대적 열세라는 것도 알고 결국 미국 말을 일정 부분 수용해서 일단락 짓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역사를 통해 체득한 선대 공산당 전략 전술들을 원용해 현대화 시키고 있는 징조들이 보인다. 미국과 대적하는 항미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는 설도 최근 중국 관방에서 흘러나오는 첩보를 종합해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일명 ‘지구전’이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정치행사인 11월 6일 중간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트럼프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이다. 장기적으로는 그들의 원대한 중국몽 실현의 끝점인 2050년까지 중국자체 강국 플랜과 대미 경쟁력 확보와 세계패권 확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도 만만치 않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방에서 지적하는 독재형 정치체제가 이번 일 같은 국제적 대(大)전쟁에서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이다. 시진핑을 중심으로 독재적 단일대오를 형성해 중국내 내부토론은 치열하게 하고 적지 않은 미국에게 타협과 굴복의 이견들을 언론통제를 통해 외부에 일절 누수되지 못하게 한다. 대미 한목소리를 표면적으로 일관되게 내고 있다. “중국은 자유무역을 존중하고 언제나 미국과 대화할 자세를 견지한다”고 하면서 시기조절과 미국 국내여론을 면밀히 살핀다. 절대적 양적 우세를 점하고 있는 관변단체를 동원해 분석하고 미국의 약한 고리를 활용해 협상시기와 반격의 시기를 꾸준히 창조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도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의 대중강경책은 설사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상원의 우세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이기에 선거 패배 후 트럼프의 지위는 이상 없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겠지만 만약 현 체제 정도에서 상하원 수성에만 성공한다면 더욱 강경일변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전쟁은 장기화될 것이고 상처뿐인 영광을 미국은 누릴 것이다. 그사이 세계경제와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바라건대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미·중 무역 전쟁이 마무리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도 한국은 차제에 재삼 중국의 실체를 경험하고 우리의 대중 전략을 구체적이고 실질화 시키는 기회로 삼아 대중외교에 선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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