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7
[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농권(弄權)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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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자신을 꾸짖는 역적 동탁은 상서 정관을 참수한 뒤 강제로 황제를 옥좌에서 끌어내려 홍농왕이라 칭하고, 하 태후도 끌어내려 예복을 벗겼다. 그는 진류왕을 황제로 등극시키니 나이가 겨우 아홉 살이었다. 그가 바로 헌제였다. 동탁은 홍농왕과 왕비 당씨와 하태후를 영안궁에 가두어 놓고 사람의 출입을 일절 금했다.

동탁은 스스로 정승이 되어 황제 앞에 찬배만 할 뿐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하고 조하를 할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아니하고 신을 신은 채 전상에 오르고, 황제 앞에 칼까지 차게 하니 동탁의 위복은 천하에 비길 데가 없었다.

모사 이유가 동탁에게 권했다. “이름 높은 선비들을 많이 발탁해서 인망을 얻도록 하십시오. 천하의 문장에 채옹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선 이 사람을 불러 쓰시기 바랍니다.”

동탁은 이유의 말을 들어 채옹을 불렀다. 그러나 채옹은 응하지 않았다. 그가 역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동탁은 벌컥 성이 나 사람을 보내 채옹을 위협했다. “만일 네가 내가 내린 벼슬을 받지 않는다면 너의 집안을 멸족시키리라.”

채옹은 문약한 선비였다. 그는 벌벌 떨면서 동탁을 찾아보았다. 동탁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한 달 만에 그의 벼슬을 세 번이나 올려 주어 시중을 제수시키고 친밀하고 두텁게 대우했다.

한편 폐위된 어린 황제와 어머니 하태후와 아내 당비는 함께 영안궁 속에 갇혀 있으니 의복과 음식이 말이 아니게 궁핍했다. 날이 갈수록 옷은 남루하게 헤지고 식량도 점점 줄어들었다. 날씨는 차고 배는 고팠다. 허구한 날 눈물이 흘러서 마를 사이가 없었다. 폐위 황제는 하태후와 아내 당씨와 함께 만나면 수심이요. 눈물이었다. 만승의 천자였던 황제는 기막힌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어린 폐제가 눈물로 세월을 보낼 때 긴 겨울의 설한도 어느덧 절기가 바뀌어 봄이 됐다. 먼 산에는 새로 자라난 초목들이 푸르렀고, 제비는 쌍쌍이 고궁으로 날아들었다. 젊은 황제는 회포를 억제하기가 어려웠다. 처량한 마음으로 시 한수를 지어 가만히 읊었다.

- 파란 풀 연기 같이 곱구요/ 어여뻐라 자유롭게 날아드는 쌍제비/ 낙강물 띠 두른 듯 흘러가는데/ 사람들 봄이라고 즐거워하네/ 멀리 보이는 비취 구름 깊은 곳/ 그곳이 나의 옛 궁궐일세/ 어느 사람이 충의를 짚어/ 내 마음 속 원한을 풀어서 주리. -

폐제는 시름을 이기지 못해 청을 가다듬어 처량한 신세를 읊었다.

동탁은 항상 주위 심복을 보내서 폐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내관은 폐제가 읊은 시를 옮겨 적어서 동탁에게 보고를 했다. 동탁이 시를 읽어보니 글귀마다 원망이 가득한 시였다. 동탁은 폐제를 죽이지 않으면 화근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이유를 불렀다. “암만해도 폐제를 죽여서 후환을 없애야겠다. 네가 무사를 거느리고 가서 죽여라.”

이유는 병졸 10여명을 데리고 영안궁으로 갔다. 그때 폐제는 태후와 왕비와 함께 정자에 앉아 있었다. 궁녀가 나타나 동탁의 부하 이유가 왔다고 아뢰었다. 그 말에 폐제는 깜짝 놀랐다. 이유가 동탁의 사위이며 모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유는 정자에 오르자 폐제에게 술을 받들어 올렸다. 독약이 든 술이었다.

“무슨 까닭으로 나에게 술을 권하느냐?”

“봄날이 화창하와 동 승상이 좋은 수주를 올리라 하여 받들어 온 것입니다.”

옆에 있던 하태후가 이유를 꾸짖었다. “수주는 오래 살라는 좋은 술이 아닌가. 좋은 술이라면 네가 먼저 마셔 보아라.”

이유는 얼굴빛을 변해 폐제에게 너라고 하며 얼른 마시라고 협박했다. 그러더니 무사들을 불러 칼과 백릉대(白綾帶)를 가져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병졸들이 단도와 흰 비단을 폐제 앞에 가져다놓았다.

“수주를 못 마시겠다면 칼과 비단 중에 어느 것을 취하든지 하나를 취하라.”

칼로 자결을 하든지 비단으로 목을 매어 죽으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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