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사랑 - 박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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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박소유(1961~  )

마흔에 혼자된 친구는 목동에 산다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있는 너를 어떻게 알고 찾아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다

 

[시평]

젊어 혼자가 된 친구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 구석이 안쓰럽다 못해 아려온다. 젊은 나이에 혼자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또 혼자 잠이 들어야 하는 그 쓸쓸함과 고단함. 그런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나이가 사십이 지나 이제 오십이라는, 중년의 나이에서 초로(初老)의 나이로 접어드는 그러한 시간, 그래서 아무리 반짝반짝 거리는 전어를 수없이 떼로 먹어도 더 이상 반짝여지지 않을 듯한 나이. 단풍이 아무리 짙게 드리워도, 그 드리운 단풍을 온몸 가득 받아들여도 결코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듯한 그러한 나이. 

그러나 그러한 나이에도 사랑은 찾아온다. 사랑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이를 결코 가리지 않는다. 나이만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멀고 먼 곳에 있어도 사랑은 그 거리조차도 전혀 가리지 않는다.

그래, 그래서 사랑은, 사랑은 참으로 눈이 밝다고 이야기 한다. 사랑의 마음을 그 누구에게 들키지 않게 혼자만 앓고 있는, 그런 사람이라도 어떻게 한눈에 알아보고, 어떻게 한눈에 아는지, 그 사랑은 밝고 밝은 그 눈을 앞세워 그 사람을 찾아가는구나. 사랑, 참으로 눈이 밝은 사랑.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을 어찌 알고 찾아가 반짝이게 하는지,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들뜨게 되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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