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푸른 그리움

허형만(1945~  )

풍경이 운다
적요의 강을 치솟아 오르는 저 등 푸른 그리움 한 마리
아, 하고 온몸이 짜릿해 온다.

 

[시평]

‘등이 푸르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싱싱한 등 푸른 생선의, 그 선명한 신선함이 마음에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싱싱한 감성과 함께 활기를 띠고 뛰어놀던 젊음, 그 시절의 우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기억으로 인하여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이 찌릿해져 옴을 느끼곤 한다.   

번거로운 일상의 생활을 잠시 벗어나 찾은 어느 고적한 산사(山寺). 그 산사의 적막 속, 절집 추녀에 매달린 풍경이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청아한 소리로 울리고, 그리하여 고요히 온몸으로 우는 풍경소리가 적막한 산중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그 적요 속, 어딘가에서 문득 떠오르는 우리의 푸르렀던 기억들. 

그 푸르른 기억은 우리의 아련한,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를 뒤흔들어주는 생생한 등 푸른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갔어도,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었어도, 그 누구에게나 남아 있는 그리움이라는, 그 등 푸른 기억.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온 몸 저리게 되살아나는 그리움. 이 그리움의 시간 속, 우리들 잠시나마 스스로 등 푸른 젊음이 되어, 그 젊음 속으로 발길을 되돌리곤 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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