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되기 전이라면

정공량(1955~  )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오는 이여
잠든 희망을 깨우며 가까이 오는 이여
그대 웃음으로 한 세상을 확인하고
바람처럼 잠시도 서 있지 못하여
마음속에 깊은 발자국만 새기는 이여
아픔으로 밤새 찍어 누르는 시간은 푸르르고
그 푸르름으로 먼동이 트려는지 노랫소리 아득하다
그대 눈물이 미처 다 흐르기도 전에
내 마음은 텅 비어 있어
어디에도 서 있을 수 없다
그대가 비워둔 상처 별빛이 되기 전이라면
 

[시평]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잠든 희망을 깨우며 가까이 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의 삶을 늘 새로움으로 일깨워주고, 그리하여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사람이리라. 그리하여 그 사람, 그 밝고 환한 웃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확인시켜주고, 바람처럼 잠시도 서 있지 못하여 우리들 마음 속 깊은 발자국 자국을 새겨 놓는 그런 사람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사람, 그 사람도 마음 깊은 곳에는 아픔, 슬픔, 눈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픔으로 밤새 찍어 누르는 시간은 푸르르고, 푸르러 더욱 아프고, 그래서 때때로 마음 한 구석은 텅 비어 있으리라. 이 사람 그래서 어디에고 서 있을 수 없는, 그러한 사람이리라. 늘 우리의 희망을 일깨워주기 위하여 마음 한 구석에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그 사람. 

오늘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위하여, 내 마음 늘 떵 비워둘 수가 있을까. 그대가 비워둔 상처 영롱한 저 밤하늘의 별빛이 되기 전, 우리의 마음 다하여 그댈 위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지닌 푸르름으로 먼동이 트려는지, 노랫소리 아득하게, 아득하게 들려오는 이 신선한 새벽. 우리는 ‘그대’로 인하여 늘 새롭게 깨어나곤 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