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소리장도(笑裏藏刀)
[고전 속 정치이야기] 소리장도(笑裏藏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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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 삼십육계에서는 그것을 소리장도라고 한다. 달콤하게 웃지만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숨겼다는 뜻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 양면삼도(兩面三刀), 암전상인(暗箭傷人) 등은 유사어이다. 당의 이의부(李義府)가 그런 사람이었다. 당고조 이연의 총신이었던 그는 온화한 용모와 공손한 태도로 고종에게 아부해 고관으로 승진했다. 평소에 누구도 웃는 얼굴로 대했으며, 음험한 방법을 대단히 싫어했다. 그러나 실권을 장악한 후부터는 누구에게든 복종을 강요했으며,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냈다. 정적을 배척하는 방법은 보통 사람과 달랐다. 일단 누군가를 해치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를 웃으면서 대했다. 그의 미소를 본 사람은 반드시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은 그의 웃음 속에 칼날이 있다고 비꼬았다.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천가도(天可度)라는 시에서 이의부가 ‘웃음 속에 숨긴 칼로 남몰래 사람을 죽였다(笑中有刀潛殺人)’라고 했다. 

웃음에는 수많은 형태가 있지만, 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목숨을 노리는 치명도(致命刀), 잇속을 노리는 취리도(取利刀), 권력을 노리는 모권도(謀權刀), 살길을 찾기 위한 활로도(活路刀), 남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도(救命刀) 등등 무수한 종류의 칼이 있다. 상대를 위해하기 위한 무기가 칼뿐이겠는가? 소리장도에서 칼은 각종 무기를 대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소리장도도 천변만화의 경지로 전개된다. 상앙(商鞅)의 칼은 험악하고 살기가 넘쳤다. 조위(曹瑋)의 칼은 잔인해 상대를 죽일 때는 흉맹했다. 이의부는 웃음 속에 칼끝을 감추고 상대에게 휘두를 때는 독수를 서슴지 않았다. 웃음의 형태가 다르고 검법도 달랐지만, 공통적인 것은 그들 모두 누구도 모르게 칼날을 철저히 숨겼다는 사실이다. 무기와 검법을 몰랐던 상대는 방어를 할 수도 없었고 도망칠 곳도 없었다.

송태조 조광윤(趙匡胤)의 칼은 둔하지만 강했다. 그는 일부러 칼끝을 노출시켰으며, 심지어 칼을 들어 위협하면서 자신의 칼날을 피할 방법까지 가르쳐주어 재빨리 도망치라고 경고했다. 이 검법의 고수는 칼날을 허공에 휘두르거나 단칼에 목을 자를 듯이 위협적인 모습이지만,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후주(後周)의 강산을 빼앗은 후에는 세종(世宗)의 아들을 길러서 나중에 관리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온화하고 달콤한 미소로 개국공신들의 병권을 빼앗았으며, 그들에게 좋은 땅과 거대한 저택을 주어 말년까지 편안하게 살게 했다. 모두가 크게 기뻐하며 그의 덕을 칭송했으니 초절정의 고수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의 칼날에는 쾌락과 우정과 은택이라는 달콤한 꿀이 묻어 있었다.

소리장도는 미인계(美人計)와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인의 웃음은 달콤한 칼날이다. 미인의 풍만한 젖가슴은 날카로운 칼날이며, 섬섬옥수는 가위와 같다. 그녀의 팔은 망나니가 휘두르는 곤도(滾刀)로 변하며, 가냘픈 허리는 무지막지한 청룡도(靑龍刀)로 변한다. 그녀의 탱탱한 허벅지는 대패처럼 날카로운 포도(刨刀)로 변하고, 그녀의 옥문은 톱니를 단 교구도(咬口刀)로 변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수많은 영웅호걸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녀가 휘두르는 검영에 쓰러지고 말았으니 일반인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을까?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웃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야 한다. 웃음의 배후에는 호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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