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금상첨화(錦上添花)
[고전 속 정치이야기] 금상첨화(錦上添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진부요(陳扶瑤)는 17세기 무렵에 화경(花鏡)이라는 원예전문서적을 지었다. 화경은 일본에도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작자는 자서에서 이 책을 짓는데 2만 8000여일이나 걸려 77세에 완성했다고 밝혔다. 명청교체기에 그는 30세 정도였다. 대부분의 고집스러운 한족 출신 지식인들처럼 그도 만주족의 나라에 출사를 하지 않았다. 자서에서 도연명(陶淵明)의 시 ‘부귀비오원(富貴非吾愿), 제향불가기(帝鄕不可期)’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처럼 그는 ‘가난하지만 좋은 붓 한 자루와 책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 하나만 있으면 흡족하고,’ ‘독서하다가 한가한 시간에 꽃을 어루만지며, 마음에 평화를 얻어 즐겁게 늙어가고’ 싶었다. 

“식사하거나 잠자리에 누워 있을 때는 매일 향기가 가득한 골짜기에 있는 것과 같았다. 봄에는 농염한 매화가 피어나고 버드나무에는 황금빛 새싹이 튼다. 해당화가 붉은 눈썹을 자랑하면, 난초의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다. 배꽃에는 달빛이 스며들고, 도화는 산들바람에 일렁인다. 나뭇가지마다 피어난 꽃에는 벌들이 찾아들고, 향기에 취한 나비는 제 갈 길을 찾지 못한다. 마당 가득히 새로운 색깔이 가득하고 사방에는 아름다운 꽃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여름이 되면, 석류나무에 핀 붉은 꽃이 횃불처럼 하늘로 타오르고, 해바라기의 마음은 태양을 따라간다. 연꽃이 바람을 타고 일렁이면, 버드나무 꽃은 눈처럼 춤을 춘다. 교목의 빼곡한 줄기마다 하얀 열매가 열리니 꽃보다 아름답다. 세 줄기 길에는 대나무가 푸르러 더욱 서늘하고, 홰나무 그늘은 양쪽 계단에서 깨끗함을 더한다. 제비가 수면을 스칠 때마다 곳곳에 새로운 물결이 번지고, 물고기가 뛰어 오르면 작은 파도가 일어난다. 가을이 되면, 산들바람이 불어 구름 속에 계수나무 씨앗을 뿌리고, 달빛 아래 오동나무를 스친다. 사립문에는 국화가 만발하고, 연못에는 부용화가 만발한다. 노을처럼 단풍이 물들면 억새밭은 눈밭으로 변한다. 겨울이 되면 백화가 시들지만, 마른 비파나무에서 향기가 사방에 퍼진다. 차를 넣은 봉지가 오색의 꽃처럼 매달려 있으니, 사시사철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다.”

진부요가 묘사한 화원의 사계절은 선경이다. 사람들은 그를 ‘화벽(花癖)’ 즉, ‘꽃에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나무와 꽃의 색채배합을 중시했다. 모란이나 작약처럼 짙은 자색의 꽃은 대숲의 짙은 그림자가 어울린다. 앙칼진 매화는 푸른색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수선화의 기품은 비단처럼 매끄러운 돌과 짝이다. 요염한 도화는 산모퉁이에 심어야 하며, 개울에 작은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푸른 버드나무가 하늘거리면 달빛이 스며들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흐드러진 살구꽃은 담장 너머에 심어야 한다. 운치가 있는 배꽃과 깔끔한 오얏꽃을 탁 트인 마당에 심어두면 아침저녁으로 구름과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새빨간 석류와 노란 해바라기는 좋은 이웃이다. 달밤에 맑은 바람이 불면 독특한 향기를 맡을 수가 있다. 아름다운 연꽃은 연못에 세운 정자의 남쪽에 심어야 한다. 은은한 향기가 훈풍에 실려 오고 새벽에는 영롱한 이슬이 구슬처럼 매달려 있다. 국화는 빼어난 개성과 절개를 자랑하므로 초가로 지은 깨끗한 서재 옆에 심어두면 좋다. 진부요의 꽃에 대한 예찬을 읽다가 문득 아무리 꽃이 아름다워도 사람이 아름답다는 안치환의 노래가 생각났다. 누군가 우아한 사람과 아름다운 꽃을 즐긴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거친 세상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찾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