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순수 외국인 귀화 농구선수 라건아, 위기의 남자농구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스포츠 속으로] 순수 외국인 귀화 농구선수 라건아, 위기의 남자농구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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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농구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귀화한 외국인 선수 문태종의 활약이 컸다. 3번 스몰포드를 맡은 문태종은 이란과의 결승,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고비 때마다 조성민과 함께 결정률 높은 3점포를 펑펑 날렸다. 조성민이 공간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중마크 당하면, 문태종이 이를 돌파하는 외곽포로 득점력을 살려나갔다. 

한국계 미국인 출신 문태종의 미국 이름은 재러드 캐머런 스티븐슨(Jarod Cameron Stevenson)이다. 2010년 KBL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입단한 문태종은 2011년 7월 동생 문태영과 함께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나란히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필자가 농구 국제협력관 자격으로 참여한 인천아시안게임은 남자농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만 해도 귀화한 외국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 걸쳐 많았다. 하지만 예전엔 달랐다. 외국인의 귀화에 대해서 배타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선수들끼리 힘을 모아 국가경쟁력을 키워 나가야지, 외국 선수를 귀화시키면서까지 대표팀을 꾸리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우리 스포츠에서 얼굴색이 현저하게 다른 운동선수들의 귀화가 많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사회 정서가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 선수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있었다. 물론 프로축구의 신의손(예전 일화)처럼 일시적으로 소속팀에서 개인 의사에 의해 귀화를 한 적도 있었으나 순수 외국인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은 없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귀화한 외국인 선수가 없이도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남자농구는 이후 중국, 이란의 벽에 막혀 정상권에서 밀려났다. 필리핀은 일찍이 미국 출신의 흑인 선수들을 귀화시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과시하며 탈아시아를 모색했으며,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도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들을 영입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정상에서 밀려난 남자농구는 위기감을 느끼고 프로농구에서 뛰는 한국계 혼혈 선수 중에서 귀화 대상 선수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첫 귀화선수는 에릭 산드릭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진 이승준이다. 이승준은 이동준과 형제선수로서 2009년 귀화에 성공 한 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 은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혼혈 선수였지만 2번의 귀화 시도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남자농구는 오는 8월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우승을 목표로 지난 1월 울산 모비스 소속의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 리카르도 프레스톤의 특별귀화를 성사시켰다. 최근 대만 존스컵에 출전한 대표팀은 라틀리프를 주축으로 전력을 운영했다. 이란에게 패해 3위를 기록한 대표팀은 라틀리프의 국가정체성과 국가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한국 이름을 법적으로 취득하게 하며 ‘한국사람 만들기’에 나섰다. 협회는 24일 지난 1월 특별귀화한 라틀리프의 ‘라건아’ 개명신청이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라건아는 용인을 본적으로 하는 성 ‘라(羅)’, 이름 ‘건아(健兒)’로 공식개명을 하게 됐다. 신라를 의미하는 성에다 ‘대한남아’를 상징하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라건아가 한국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지는 미지수다. 주민등록증 및 여권을 신규로 발급받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국제농구연맹 등 국내외 관계기관과 이름을 협의, 변경해야 하는 행정절차가 남아있다. 협회는 이름 변경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혼혈아가 아닌, 순수 외국인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첫 농구 국가대표가 된 라건아가 2018 아시안게임에서 2014 아시안게임 때의 문태종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며 한국 남자농구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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