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개정 하도급법 시행
10일 이내 협의 안하면 제재
41개 업종 전속거래 실태 조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하도급 대책’이 이달 17일부터 시행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에는 계약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하도급대금을 증액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건비나 노무비, 각종 경비가 오르는 경우에도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업체를 대신해 요청·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은 7%, 원재료는 10% 이상 각각 상승했을 때 대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료비·인건비·경비 상승액이 남아있는 하도급 일감 대금의 3% 이상일 때도 대리 요청이 가능하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급원가 상승분이 하도급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54%에 달했고, 이 중 인건비 상승분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은 48%나 됐다”며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 하도급법은 중소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도 금지했다. 재료비·인건비,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매출 정보, 거래처 명부 등 경영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단,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산을 위해 1차 협력사에게 2차 이하 협력사의 경영여건 개선을 독려하는 행위는 경영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보복할 경우도 법 위반으로 간주하며, 하도급업체는 보복으로 인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원사업자가 본인들과의 거래만 강요하는 ‘전속 거래’를 원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행위도 법으로 금지된다.
공정위는 특히 전자·기계·운송 등 41개 업종의 전속거래 실태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한다. 전체 거래 중 전속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하도급업체의 전속거래 강요행위 등을 업종별로 조사한 뒤 거래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를 본 하도급업체가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아울러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등에 적용되던 3배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보복행위도 추가된다.
또 대기업에게 1차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2차 이하 협력사가 당초 대금결제 조건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이 ‘일한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종 중소기업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법·제도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피며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