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북한식 트럼프 미국 길들이기
[통일칼럼] 북한식 트럼프 미국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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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외교무대에서의 정석이라는 것이 북한에는 통하질 않는다. 왜냐하면 외교를 바라보는 세계관과 인식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의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신사(紳士)로 통한다. 그래서 외교적 결례이니 외교신사이니 등등의 말들이 외국과의 협상과정에서는 흔히 나오는 단어다.

이런 잣대를 개념 없이 북한에 들이대면 그야말로 백전백패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외교를 신사들의 교섭을 통한 공적관계의 조정으로 보지 않고 전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상대국을 대하는 외교관들도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외교전사다.  

그래서 협상에 지게 되면 전사는 패배자로 간주되고 그에 따른 벌칙이 따른다.   벼랑 끝에 서서 죽기 살기식의 결사항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어떠한가. 외교는 늘 기나긴 협상과 조정의 산물이어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경멸한다. 외교의 상대였던 나라 혹은 다국 간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은 자신들의 기본 임무가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다시 북한을 찾은 북미실무회담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은 바로 정치인 출신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출신자체가 정통 외교관이 아니어서 다를 것 같지만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갈등은 늘 있어왔던 것이며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정치라고 배웠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인 북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교는 전쟁이어서 일보후퇴와 위장은 있을지라도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이 북한외교가 백전백승인 이유다. 물론 이번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번 북미회담을 보면 북한이 본격적으로 폼페이오, 특히 트럼프 대통령 길들이기에 돌입한 형국으로 여겨진다. 충분히 예상했던 행보이긴 하다.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그 외 외국의 누구도 북한을 방문할 때는 그들의 최고수뇌부라 칭송하는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만나기를 겉으로든 속으로든 간절히 앙망한다.  그래서 극적인 타이밍으로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룬 것 인양 으스대며 본국으로 돌아간다. 속빈 강정의 빈 바구니를 들고서도 말이다.

바로 얼마 전의 평양 백화원 초대소로 잠시 이동해보자. 협상의 달인이라는 김영철은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나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니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식으로 상대의 기대감과 실망감을 냉탕, 온탕 넘나들듯이 휘저어놓았다. 물론 폼페이오도 겉으로는 냉정한 것처럼 보였지만 협상의 결과물은 자기 손만 돌아봐도 뻔히 나오는 것인데, 빈손이냐 아니냐는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심 기대했던 김정은도 만나지 못한 폼페이오로서는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처음 있는 푸대접인데 이게 푸대접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헷갈리게 만들어놨다.

그러고는 강도 같은 요구만 늘어놓았다는 북한의 담화문에 대해 우리가 강도라면 전 세계가 모두 강도일 것이라며 말 폭탄을 주고받는 험악한 상황까지 와버렸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또 시간을 벌었다.  6월 12일 이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실무 워킹 그룹이 만나기까지 또 시간은 흐르게 돼있다. 

악마의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온 세계가 목도하는 국면이다. 이제 벌할 차례임을 트럼프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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