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을 미국 워싱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하겠다. 미 국가지리정보국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필자는 세기의 회담을 머물던 숙소 안에서 쭉 관망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래서 북한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고 애를 쓴 것은 그 자체로도 자신들의 체제선전에 크게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예측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혈맹인 중국 수뇌부들과의 회담이나 친북성향의 한국 대통령들과 수백번의 만남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번 회담의 의미는 참으로 남다른 부분이 있음은 분명하다.

회담이 종료되고 공동합의문이 발표됐을 때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하나는 북한이라는 전대미문의 범죄·사기집단과 협상을 하면서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무너진 것 같은 허망함에 분노하는 반응이었고, 또 하나는 뭔가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을 알리는 놀라운 실험적 시도가 아닐까하는 여전한 기대치의 상반된 감정들이 교차했다. 

북한 사회의 특수성상 모든 핵심적 정책사안의 결정은 유훈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수령절대주의에 기인하는바, 이전 수령시기의 결정사항은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지만, 그 결정과 정반대의 내용이라도 현실에 존재하는 지금의 수령만이 그것을 언급하고 변경할 수 있는 체제가 바로 북한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회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과거 2002년 9월 일본과의 회담에서 김일성 시대의 맹동주의 세력들이 저지른 잘못이 있었음을 사과한다며, 납치피해자 5인과 그 가족을 돌려보내는 결정을 김정일만이 과감히(?)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기에 만약 김정일 시대에 대한 과오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를 준다는 진실된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김정은만이 추구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북한이라는 노예사회의 문을 스스로 열 수 있는 결단은 오로지 김정은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확정적으로 예상치 못한 김정은의 싱가포르행이 그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김정은이 기로에 서 있음은 명백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 전체사회가 억압의 감옥문으로 둘러싸여 있는 비극의 순간과 인류최악의 범죄현장인 정치범수용소를 벗 삼아 노예사회로 망할 것인가, 아니면 감옥의 문을 열고 미래로 나아가는 북한 최초의 지도자로 기록될 것인가 하는 것은 오직 그의 결단에 달렸다. 더 이상 퇴로는 없다. 멸망이냐 번영이냐라는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줬다는 동영상의 말미에는 이런 글귀로 끝을 맺는다. “번영과 훌륭한 삶과 아니면 심각한 고립,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하나의 순간, 하나의 선택… 미래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제 과거로부터 연명해온 북한 노예의 감옥문을 여십시오. 이것만이 당신이 가야 할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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