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미국과 중국 사이서 고민하는 김정은 위원장
[통일논단] 미국과 중국 사이서 고민하는 김정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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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 위원장은 “공부는 미국으로부터 배우고 과외는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숙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풀어달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끝내고 귀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에는 전격적으로 베이징에 건너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3월 25∼28일에 처음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5월 7∼8일에는 중국 다롄(大連)에서 다시 시 주석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면서 ‘영구적 핵 폐기(PVID)’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승전국과 같은 태도’를 버리라고 비판했던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미국과 논의하기 전에 중국과 협의하기 위해 또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다.

이처럼 불과 석 달 새 3차례나 양국 지도자들이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하는 모습은 그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급속도로 복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하는 것이었다. 사실, 북·중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전통적인 혈맹관계에서 이탈해 비정상적인 관계로 전락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제멋대로’ 강행하면서 중국에 있어 북한은 ‘전략적 자산(asset)’이기보다는 오히려 ‘부담(liability)’으로 여겨졌고, 북한에 중국은 배신자와 같았다. 따라서 경제적 차원에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지만, 양국의 정치·외교 관계는 극도로 위축, 교착됐다. 북·중 간 정상급 교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했던 2011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들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남자가 김 위원장이라는 데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인 김 위원장은 미·중·러·일 등 초강대국으로부터 정상회담 요청 등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폐쇄적인 봉건 전제왕조 최빈국 철권 통치자에서 몸을 돌보지 않고 동분서주하는 ‘핵보유국 애민(愛民)적 지도자’로 극적인 변신에 성공한 김 위원장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강 대 강으로 치닫는 미·중의 군사·무역 전쟁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핵무기가 ‘만능의 보검’이란 선대 유언에 따라 3대 세습 왕조 핵무기 완성자로 등극한 김 위원장은 막상 핵이 ‘정권 망조(亡兆)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 순간, 어쩔 수 없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게 됐다.

초강대국 미국이 국가 총력전으로 수년간 북한의 후견인 중국까지 압박하며 군사·경제·외교 등 총체적 압박을 가하자 제아무리 배짱 두둑한 북한으로서도 버틸 재간이 없게 됐다. 결국, 김정은 정권의 생존 전략은, 자신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왕년의 보스(중국)’ 대신 더 힘센 ‘새 대부(미국)’로 말을 갈아타는 전략으로 귀결된다. 70년간 유지해온 미 제국주의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고백하고, 미국과 공존 전략을 채택했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있다. 신·구 보스 사이에서 주판알 튕기기 등 위험한 줄타기를 하다가 까딱 잘못하면 호랑이 등에서 낙상할 수도 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재연되는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는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식의 성급한 판단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가 있는 웨스트윙에 최고의 브로맨스(bromance)를 자랑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대신 김정은 사진을 내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조만간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미·북 간 제2 공동성명서 등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외부 공개 시 북한 내부에 미칠 반발과 충격파를 고려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할 정도로 김정은 띄우기 립서비스에 주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은,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 군사·무역 대결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국제정세 틀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후 신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변되는 동아시아 패권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베트남까지 포섭한 미국의 치밀한 군사·외교 봉쇄정책에 막혀 갈 길을 잃었다. 최근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꾼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의 백미가 북한 포섭 전략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의 요충지인 북한을 미국에 양보하게 되면 일대일로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당분간 김정은 위원장은 ‘하나의 참모부’와 ‘하나의 시장’ 선택을 놓고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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