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갑질기업’ 제재, 상호존중문화 계기로
[사설] 공정위 ‘갑질기업’ 제재, 상호존중문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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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甲)질의 본질은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약자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상습 갑질기업을 ‘특별대우’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장 힘을 쏟은 것 중 하나가 부당한 갑을관계 개선이다. 그 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상습 갑질기업에 대한 제재는 당연한 수순이다. 김 위원장이 특별대우하겠다고 천명한 상습 갑질기업 36곳은 5년간 불공정 행위로 500건 넘게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기업들과 관련해 “흔히 이야기하는 재벌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일부 재벌의 상습 갑질도 인정했다. 

우리 사회가 갑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일명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횡포 때부터다. 땅콩을 안 까서 줬다고 소리를 지르고 항공기를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다시 이륙한 초유의 사태를 통해 오너 갑질의 극단을 봤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그의 어머니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갑질 횡포를 보면 왜 딸들이 줄줄이 갑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 이해가 된다. 

문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갑질은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와 관계가 깊다. 지위나 나이를 권력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재벌이나 특정 고위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하관계가 형성된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돈이 곧 권력이 되는 기업문화와 유교 문화가 섞여 나타나는 기업 갑질은 스스로는 개선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기업 갑질은 중소기업의 사기를 꺾어 근본적으로 국가발전에도 중장기적으로 피해를 준다. 해서 공정위가 상습 갑질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타당하다 봐진다. 그러나 제재에만 역점을 둔다면 눈치만 보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공산이 크다. 뿌리 깊은 기업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선 우수한 갑을 관계 사례를 공유하고 그에 따른 당근도 줄 필요성이 있다. 공정위는 이번 갑질 기업 제재를 드러난 현상만 제재하는 것을 넘어 기업 간 상호존중 문화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묘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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