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트럼프식 해법을 찾아서
[정치평론] 트럼프식 해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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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려되는 돌발변수 하나가 불거졌다. 마치 질주하던 북핵 해법의 길에 급제동이 걸린 듯한 느낌이다. 지난 16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는 남북고위급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당일 오전 0시 30분 북측이 일방적으로 ‘회담 중지’ 방침을 통보해왔다. 북측의 이유는 한미연합훈련인 ‘맥스썬더 훈련’이 ‘판문점 합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얼마 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재검토 발언까지 내놓았다. 자칫 과거 대결 체제로 되돌아 갈 수도 있는 상황까지 언급된 것이다.

김계관 부상은 미국을 향해 백악관과 국무성 고위관리들이 ‘선 핵포기, 후 보상’같은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을 거론하며 핵과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까지 완전 폐기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굴욕적’이란 느낌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굴욕 협상에 대한 이유 있는 저항

김계관 부상의 강도 높은 비판에 대해 미 백악관은 말을 아끼면서 미국이 리비아식 해법을 강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북한이 반발한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그것이 우리가 적용 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 한다”면서 “비핵화 해법의 방식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 즉 ‘트럼프식 해법(트럼프 모델)’으로 운영할 것이며 이 방식으로 100% 자신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익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외교는 동등한 상대가 있기에 그 어떤 것이든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이른바 ‘트럼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핵 해법을 위해 ‘100% 자신’이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밝힌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자신감을 내보인 그 트럼프 모델이란 무엇인가. 북한이 거부해버리면 성공할 수 없기에 아직 완성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 예상해 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우선 트럼프 모델이라고 명명했다는 것은 최소한 리비아 모델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선 핵포기, 후 보상’의 수순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밝혔던 것처럼 과거와 같은 ‘단계적 방식’도 아닐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더 명료해진다. 북핵을 과거핵과 미래핵으로 구분하되 각 단계에서 체제보장과 수교 및 경제보상으로 이어지는 패키지로 묶어서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미국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루한 협상이 아니라 최단 시간에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다. 북한과 미국이 전격적으로 합의한다면 빠르면 2년 내에도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적 역할과 다자간 후속 합의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할 가장 큰 의제가 아닐까 싶다.

사실 존 볼턴 백안관 안보보좌관이 말하는 리비아식 해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북한을 자극하듯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속내가 궁금하다. 큰 담판을 앞두고 ‘샅바싸움’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 내부용 ‘정치성 발언’인지는 조금 더 지켜 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존 볼턴은 이미 잘 알려진 리비아식 해법론자 이며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이번 발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에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한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이유가 있고 또 저항의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신뢰관계를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맥스썬더’ 한미군사훈련이 판문점 합의에서 벗어났다면 그 내용을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문제제기할 수도 있었다. 그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의 고위급이 만나는 것 아니겠는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또는 특정한 발언이 아프다고 해서 큰 판을 뒤엎겠다는 식의 대응은 스스로 격을 낮출 뿐이다. ‘맥스썬더’ 때문에 새롭게 조성된 남북관계가 흔들리고, 볼튼의 발언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 되겠는가.

이럴수록 우리 정부는 지금의 국면을 정말 잘 관리해야 한다. 북미관계는 지금까지도 적대관계에 있지 않은가. 자칫 작은 불씨 하나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맥스썬더가 통상적으로 해왔던 한미군사훈련이라 하더라도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볼튼의 발언에 대한 지적도 일찌감치 나왔어야 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라는 직책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사후 뒷수습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적 대화와 신뢰구축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중재자 또는 운전석에 앉는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북핵 해법, 최상을 기대하되 최악의 상황까지 잘 관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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