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 상에는 우리 민족이 2000년 이상 불러온 ‘동해(East Sea)’가 ‘일본해’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Dokdo)’는 ‘다케시마(Takeshima)’로 잘못 표기돼 있다.

동해와 독도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학계, 민간단체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에서는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독도·동해 명칭의 국제 표준화 전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을 통해 혜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국제사회에서 ‘동해’ ‘독도’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지명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은 한일 간 협의를 통해 양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타협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 세계지도가 변화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동해’ 표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1992년의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 총회에서다.

당시 우리나라는 특별발언을 신청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를 ‘동해(East Sea)’로 부르고 있다면 일본해 단독 표기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유엔이 결성된 후 수 십년간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것은 1992년이었고 이 회의는 우리나라가 유엔회원국으로써 참석한 첫 회의였다. 한국 정부는 유엔 가입이라는 국제적 통로가 열림에 따라 ‘동해’ 표기문제를 표면에 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동기에서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노형(고려대 교수) 동해연구회 회장은 “1945년까지의 식민지배와 1950년 초 전쟁을 겪는 시기에는 국제적으로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제기할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하늘에서 본 독도 모습

한국이 1970년대 이후 동해 명칭을 회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고, 이는 유엔 가입을 계기로 공식화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유엔지명회의와 국제수로기구회의에 참석해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꾸준히 발언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지명위원회와 지도제작자를 방문해 지속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 끝에 세계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세계 지도제작사 상당수가 동해 명칭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동해·일본해 병기 표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일본해’ 단독 표기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75개국에서 발행된 351개 지도를 대상으로 한 한국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동해·일본해를 병기한 것은 23.6%인 83개에 달했다. 세계지도 제작자들이 동해 표기를 인정한 비율이 2000년 2.8%에서 2005년 18.1%, 현재는 23.6% 급증하는 추세다. 동해 표기의 타당성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 독도 표기법 아직 ‘중구난방’
그간 한국은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을 꺼려해 조용한 외교 차원에서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도가 분명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국내에서 표준화된 이름을 국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정당성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성재(뉴욕주립대 대학원지리학 박사) 경희대 교수는 “독도는 주권국가인 분명한 영토에 대한 지명이기 때문에 국가 간 경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바다에 대한 지명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세계지도상에는 일제강점기의 이름인 죽도와 다케시마, 혹은 분쟁 섬이라고 표기돼 있다.

주 교수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주권에 속한 영토임이 분명한 이상, 그 지명으로 국내적으로 표준화된 독도와 로마표기인 ‘Dokdo’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독도에 대한 로마자 표기를 Tokdo, Tok-to, Dogdo, Dok Island 등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정부·민간단체·학계의 노력으로 동해·독도 표기에 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표기의 일관성이 없어 꾸준한 홍보활동을 통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